미국 달러화가 7년 만에 '전 세계적인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짐에 따라 원화 환율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유럽과 일본의 경기 침체 우려로 달러가 유로,엔 등에 대해 강세를 보이자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장의 관심은 '달러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국내 달러 부족 현상이 지속돼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승'쪽을 점치고 있으나 물가불안을 우려한 정부가 이날 달러매도 개입을 강하게 단행하는 등 변수가 많아 환율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强)달러 시대 도래하나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약(弱)달러 시대가 7년 만에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해 6개월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 달 전만 해도 유로당 1.6달러를 기록할 만큼 달러화는 약세였다. 하지만 이날 장중 한때 1.499달러를 나타내는 초강세를 연출했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심리적 저항선인 110엔 선을 돌파하며 7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외환딜러들이 '달러 강세'에 배팅하는 모습이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로 출발한 뒤 곧바로 1030원을 돌파했다.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기 직전에는 달러당 1037원50전까지 올랐다가 지난 주말 보다 4원 오른 1031원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승준 하나은행 자금운용부 과장은 "역외선물시장에서 달러매수가 우세하다"며 "앞으로도 달러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9월까지 달러 부족?

달러 상승 요인으로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기업들도 달러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보유한 국내 채권 중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6조원 정도 남아 있어 이들이 국내에 재투자하지 않는다면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있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와 채권 매도 등이 지속되고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점 등도 원화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국 개입이 변수

정부는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소비자물가가 불안해질 것을 우려,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정부는 지나치게 빠른 환율 상승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가 하락에 대해 언급하며 "고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8~9월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물가안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현승윤/정재형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