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수, 0.2점차 銀…10m이어 '진종오 징크스'


진종오(29·KT)가 2008 베이징올림픽 사격에서 16년 노골드의 한을 풀었다. 진종오는 12일 베이징 사격관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에서 본선 563점을 쏘며 2위 그룹으로 결선에 오른 뒤 97.4점을 명중시켜 합계 660.4점을 기록,북한의 김정수(합계 660.2점)와 중국의 탄종량(659.5점)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사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이 종목 결선에서 한발을 6점대에 쏘며 아쉽게 준우승한 한을 풀며 세계 정상에 섰다.

이날 경기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본선에서 1위 탄종량(중국)에 2점차로 뒤진 공동 2위로 결선에 나선 진종오는 첫 발에서 10.3점을 쏴 7.9점을 쏜 탄종량을 0.4점차로 앞서며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2,3번째 발에서 10.5-9.8점을 쏘며 선두를 유지하던 그는 4번째 발에서 8.7점으로 다시 3위로 내려앉았지만 5번째 발에서 10.4점에 명중하며 선두를 탈환했다. 당시 2위인 올레그 오멜척과 0.9점 차였다.

이후 진종오는 경쟁자들이 들쭉날쭉 순위를 바꾸는 동안 9발까지 10.3-9.7-9.9-9.8점의 안정된 점수를 보이며 마지막 한 발을 남긴 채 2위에 1.9점차로 앞서 우승을 예약한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10번째 발사에서 어이없이 8.2점을 쏘면서 4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하지만 당시까지 2위를 달리던 탄종량도 9.2점에 그쳤고 3위에 자리해 있던 오멜척도 9.0점을 따내는 데 머물렀다. 추격하던 선수들이 모두 실수를 저질러 극적인 1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마지막 발을 실수한 뒤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상대 선수의 성적이 나오길 초조하게 기다리던 진종오는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한국 관중들의 환호성이 들리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점수판을 본 뒤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금메달의 기쁨을 표현했다. 진종오는 "본선 마지막에 실수를 한 것이 내게 좋은 기회를 준 것 같다"고 본선 막판 잇달아 7점과 8점(2차례)을 쏘며 흔들렸던 상황을 돌아봤다. 본선 중 수차례 심한 기침을 했던 그는 "감기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한 뒤 "본선 때 좌우에서 쏘던 선수들에게 (기침을 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4년 전 아테네 올림픽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국내 1인자를 넘어 세계 사격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6년 광저우 월드컵에서는 10m와 50m 2관왕을 차지하며 한때 두 종목에서 국제사격연맹(ISSF) 랭킹 1위에 자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마음 고생이 심했다. '한국 사격의 금메달 갈증을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스런 주문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그러나 그는 메달 부담을 떨쳐내려고 쉴때면 낚시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영국으로 직접 날아가 자신에게 가장 맞는 탄환을 구입해 오는 공까지 들였다.

베이징에 와서는 시종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지난 9일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을 작게 두고 훈련했던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이라는 의외의 소득까지 거뒀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