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큐베이터' G밸리] (上) 신성장 동력의 요람 ‥ 7800개 업체 근로자 10만명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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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2번 출구 앞을 빠져나오자 반팔 티셔츠 차림의 20~30대 젊은이들의 출근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역 입구 공단삼거리 주변 인도와 횡단보도도 안양,시흥,수원 등에서 버스로 올라온 출근 인파까지 겹쳐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하철역 관계자는 "지난해 10만6700명이던 하루 이용 인구가 올해 상반기 11만2200명으로 느는 등 유동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밀집지역이었던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가 기술과 패기로 무장한 젊은 기업들이 성공신화를 써 나가는 'IT인큐베이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G밸리의 주요 입주 업종은 정보기술(IT).전기.전자.일례로 금천구 가산동 448 대륭테크노타운에는 저소음 컴퓨터용 냉각장치로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시장 점유율의 3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잘만테크(대표 이영필)가 있다. 이처럼 G밸리가 최근의 고유가와 원자재난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신기술 개발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키워내는 희망의 터전이 되고 있다.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벤처 인증을 받은 회사만 1000곳이 넘는다"며 "매출은 보잘것없지만 해외 유학파나 석.박사 등 고학력 근로자들이 몸담아 장래성이 기대되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G밸리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연상케 하는 첨단 IT밸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리적 요건이 큰 역할을 했다. 주변에는 시흥대로와 남부순환도로가 지나가고 지하철 1.2.7호선이 교차하는 등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정부지원 정책도 날개를 달아줬다. 수도권 공장총량제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제외시키자 한 동에 50개에서 200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고밀도 아파트형 공장 설립이 줄을 이었던 것.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최초 입주 기업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등록세도 면제해주고 있다. 분양가도 3.3㎡(1평)당 600만~700만원 선으로 강남 테헤란로(1800만~2000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이처럼 다양한 이점들이 부각되면서 강남 테헤란로 등에 있던 업체들이 G밸리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벤처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 1년새 테헤란밸리 등에서 옮겨 G밸리에 새로 둥지를 튼 벤처기업만 400여곳에 이른다"며 "벤처기업이 활동하기에 G밸리의 여건이 좋아지고 있어 앞으로 이전기업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인 MDS테크놀로지는 코오롱디지털 타워 15층에 입주하면서 넓어진 사무공간 일부를 직원 전용 무료 카페테리아로 운영하고 있다. 입주비용이 저렴하다보니 절약한 돈을 기술개발이나 사원복지 등에 쓸 여력이 생긴 덕택이다.
이 회사의 이은영 홍보팀장은 "같은 층에 오늘과 내일,DVR전문기업인 윈포넷처럼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업체가 인접해 있어 점심시간에도 즉석 아이디어 회의가 벌어지곤 한다"며 "비슷한 업체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다보니 자연스레 전략적 사업연대로 발전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벤처집적 밸리로서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신세계 I&C,CJ인터넷 등 대기업 관계사들도 우수 협력업체와 인력을 찾아 이전하는 경우가 잦다. G밸리 내 이마트 인근 공터에는 현재 호텔을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에 한창이다. 객실 200개와 세미나실 10개 등을 갖춘 16층짜리 최고급 비즈니스 호텔인 이 건물은 내년 9월께 완공되면 글로벌 벤처밸리로의 도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관우.이정선 기자/하경환.손대영 인턴(한국외대)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