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그루지야에서의 군사 작전 정지를 명령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5일째 계속되던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 무력충돌은 전환점을 맞게됐다. 이번 전쟁이 확전 고비를 넘기고 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군사작전의 목적이 모두 달성됐기 때문에 그루지야 전역에 평화를 이루기 위한 군사 작전을 일단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오세티야와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안전이 회복됐다"며 "침략자들을 응징했고 상당한 손실을 입혔다"고 작전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루지야가 적대 행위를 재개할 경우 바로 대응할 것을 명령했다.

◆메드베데프 "소기 목적 달성"

러시아의 이날 군사작전 정지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나름대로 과시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공세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등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립해 석유 이권을 챙기고,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이 이들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풀이했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그루지야와 즉각 휴전을 하고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열린 유엔안보리 비공식회의에서 EU(유럽연합) 순회 의장국인 프랑스도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러시아 군사작전 종료 선언은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그루지야 사태 중재를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하기 직전 발표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루지야와의 평화협상 조건으로 그루지야군이 원위치로 복귀하고,무력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구속력 있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는 2개 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루지야는 "러시아가 군사작전 중단 선언 이후에도 그루지야의 마을 세 곳이 폭격을 받았다"며 의구심을 풀지 않았다. 양국 간 무력 충돌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들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루지야는 러시아가 군사 작전 종료를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에 독립국가연합(CIS) 탈퇴를 발표,러시아와 영원한 결별을 고했다.

◆러시아,중앙아 통제권 강화

러시아가 이번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그루지야에 대한 전면 공세까지 펼친 것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 유럽의 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더욱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루지야는 자체 천연자원은 빈약하지만 카스피해 원유와 가스를 흑해나 터키를 통해 유럽 등 서방 국가들에 공급하는 길목에 있다.

특히 바쿠(아제르바이잔)-트빌리시(그루지야)-세이한(터키)을 연결하는 BTC 송유관은 총 길이 1776㎞로 하루 약 100만배럴의 카스피해산 원유를 유럽으로 실어나른다.

BTC 구간 중 그루지야 구간은 260㎞이고 이 중 약 100㎞가 남오세티야를 통과하고 있다. 이번 휴전으로 BTC 송유관에 대한 위협이 완화됨에 따라 국제 원유 시장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최인한 기자/고희석 인턴(한국외대 4년)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