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뜨거운 교육열이야말로 한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사진)는 12일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저에서 한국 부임 6개월을 맞아 국내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갖고 "교육은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한 뒤 "한국인들의 남다른 교육열에 대해 일부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많다"며 한국인들의 교육열을 높이 평가했다.

유든 대사는 서울 외교가에서도 손꼽히는 한국통이다. 1978~1981년 이등 서기관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으며 1994년부터 3년간 정치 참사관을 지낸 뒤 지난 2월부터 대사로 세 번째 한국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 준 기자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며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 박수를 받았다.

한국과 영국의 유대 강화에 가교 역할을 맡고 싶다는 유든 대사는 한국 학부모들이 관심이 많은 영어 교육에 영국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내년 2월 전국 최초로 설치할 영어체험 교실과 관련,"학부모들이 영어 교육을 위해 자녀들을 영어권 국가에 유학시키지 않고 제주도에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제주도 영어체험 교실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든 대사는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한국을 다시 만나게 돼 너무 좋다"며 이번 한국 근무가 외교관 생활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국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은 첫 부임 당시부터 수집해 온 한국의 고서적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좋은 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돌아다녔으며 요즘엔 이베이에서 경매를 통해서도 책들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유든 대사는 고서적에서 발췌한 지식을 토대로 2003년 한국의 근ㆍ현대사를 담은 '타임 패스트 인 코리아'(영문판)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부상할 기후 변화 관련 비즈니스에서도 양국 간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국이 앞서 나가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재생 에너지 등 기술 부문에서 상호 협력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유든 대사는 "한국은 2012년 이후 교토 의정서가 규정한 탄소 배출 감축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측면에서 EU(유럽연합)와 한국 관계는 미국만큼이나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양측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난관이 있지만 이른 시일 내 타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에 진출해 있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프루덴셜 등 영국 금융회사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은 영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대사 부임 후 발생한 촛불 집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한국은 언제나 변화무쌍해 지루해질 틈이 없는 나라로 지난 두 번의 근무 때도 많은 변화상을 지켜봤다"며 "한국인들의 역동성이 지나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회가 발전되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고 평가했다.

최인한 기자/김영주 인턴(한국외대 4년)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