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진성씨(29)는 지난 주말 서울 청담동 명품매장을 찾았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한 켤레에 300만원짜리인 구두를 신어봤다. 몇 블록 지나 명품가전 매장에 들러선 1억원 상당의 최상급 홈시어터가 설치된 방에서 콘서트를 감상했다. 김씨는 명품 매장의 VIP 고객이 아니며 한 번도 구입한 적이 없다.

청담동 명품 매장들이 일반인을 위한 휴식공간.체험실.카페.갤러리 등을 통해 '문턱 낮추기'에 나섰다. '맥럭셔리'(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명품이 흔해졌다는 의미의 신조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명품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지만 1000만원대 에르메스 가방,200만원대 벨루티 구두,2700만원짜리 뱅앤올룹슨 TV 등 하이엔드(명품 중 최상위급) 브랜드들은 아직까지 고객층이 제한적이다. 김씨처럼 당장 구매고객은 아니지만 명품 브랜드에 대해 친숙한 이미지를 쌓아 미래 잠재고객으로 확보하려는 게 명품업체들의 새로운 전략이다.

덴마크 명품가전 브랜드 뱅앤올룹슨은 65인치 HD TV '베오비전 4'를 비롯 풍뎅이 모양의 DVD '베오센터 2',최고가 스피커 '베오랩 5' 등 1억원 상당의 홈시어터를 갖춘 '베오리빙 룸'을 마련했다. 홈페이지(www.bang-olufsen.com)나 전화를 통해 미리 예약하면 누구나 최상의 홈시어터를 체험할 수 있다. 오용현 뱅앤올룹슨 브랜드 매니저는 "가격대가 워낙 고가라 아직까지 국내에선 낯설어하는 분이 많다"며 "일반 소비자들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낯설고 부담스러운 명품'이 아닌 '친숙한 명품'으로 접근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수제 남성구두 '벨루티'는 청담동 매장을 남성들을 위한 살롱으로 꾸몄다. 쇼핑 공간이기보다는 사교모임이나 차 한 잔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부각시킨 것.벨루티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구두를 사지 않더라도 차 한 잔과 함께 재미있는 제품 이야기도 듣고 남성 패션트렌드나 사회.경제적 이슈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주말에 가끔 들른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구매 여력이 없지만 언젠가는 꼭 벨루티 구두를 살 생각이다.

에르메스는 도산공원 앞에서 매장과 함께 카페.갤러리.박물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에르메스가 후원하는 신인 미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에스메스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는 박물관 등을 일반인에게 무료개방하고 있다. 최경희 에르메스 홍보실 대리는 "가격대가 다른 명품에 비해 높기 때문에 고객층이 얇은 편"이라며 "이런 공간들을 통해 대중에게도 브랜드의 가치나 스토리 등을 알려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