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7ㆍ3 전당대회 후 약 40일 만인 12일 첫 정례회동을 가졌다.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중 마지막 30분간은 독대였다. 청와대 측에서 맹형규 정무수석,이동관 대변인이,한나라당에선 안경률 사무총장,차명진 대변인,김효재 대표 비서실장 등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경제 발전을 위해 바쁘게 뛰는 상황에서 한국은 국론분열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 방문의 성과를 설명하며 "중국은 13억 인구가 하나가 돼서 올림픽을 치르는데 우리는 분열과 대립만 있어 안타깝다"며 "한나라당이 국론을 통합해 민생을 챙기는 데 앞장서달라"고 주문했다.

개원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원구성도 하지 못하고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특히 "베이징에 가보니 세계 정상들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움직이더라.베이징은 그야말로 상전(商戰)과 같다"며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개원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민생을 돌봐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와 정부가) 경제살리기에 몰두하는 경제 지상주의를 천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박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법과 원칙이 잘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차명진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는 "요즘 사회지도층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도 사회질서가 무너졌다. 법이 잘 안 지켜진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차 대변인은 "지도자의 솔선수범,공권력과 법치주의 등을 포괄한 발언"이라며 "그냥 한 말이 아니라 강한 쓴소리를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표는 KBS 정연주 사장의 후임 인선문제와 관련,"국민들로부터 '그 사람이라면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물로 인선해줄 것"을 이 대통령에게 요구했고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당청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 더욱 긴밀히 소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과 박 대표는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정례 회동을 갖기로 했다. 당청 소통을 위한 창구는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안경률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맡기로 했다.

유창재/김유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