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이 수백억원에 불과한 국내 중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 복제약만으로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이스라엘의 '테바'나 인도의 '란박시'처럼 신약 없이도 '훌륭한' 제약사가 될 수 있다. 경동제약이 추구하는 모델은 (세계 최대 제약사이자 신약 개발업체인) 미국의 화이자가 아닌 테바다. "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70)은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경동제약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복제약 전문 제약사로 만들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76년 류 회장이 설립한 경동제약은 혈압강하제 '디로핀'과 소화성궤양용제 '레바미드' 등 복제약을 앞세워 지난해 매출 762억원에 20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중견 제약사.

류 회장은 "신약 개발은 엄청난 시간과 자금을 필요로 하는 만큼 영세한 국내 중소 제약사들이 감당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며 "그 돈과 시간을 개량신약을 포함한 복제약 개발에 쏟아부을 경우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의 약가 인하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복제약 업체들이 국내 시장만 바라봐선 오래지 않아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지혈증치료제 약가 재평가 과정 등에서 나타났듯이 약값이 20~30%씩 깎이면 아무리 많이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M&A(인수ㆍ합병)를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 없다"고 평가했다.

류 회장은 "국내 중소 복제약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세계 무대에 진출해야 한다"며 "경동제약은 유럽 제약사들과 지분을 맞교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유럽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제약은 이를 염두에 두고 2006년 유럽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공장을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에 세웠다.

그는 "경동제약의 복제약 제조 기술과 제품 개발 속도에 많은 유럽 제약사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유럽 제약사에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은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또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동산 개발 및 스포츠용품 수입판매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