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이다. 1998년 8월 당시 기획예산처가 만든 '공기업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상호 기능중복을 해소하고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2001년까지 통합하기로 결정한다. ' 그 뒤 통합법이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통합논의는 중단됐고,대신 기능조정 및 경영합리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기획재정부 공기업선진화추진위가 발표한 공기업 선진화 1단계 계획에 주공.토공의 통합이 다시 들어갔다. 업무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공기업의 경우 통합을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결국 10년 전 통합이 무산되고, 대신 내세웠던 기능조정 및 경영합리화마저 실패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구조조정 노력은 잠시였을 뿐 누가 더하다고 할 것도 없이 2000년대 들어 두 공기업은 조직과 업무를 경쟁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국토해양부는 핵심적인 공범자 역할을 했다. '통합 후 구조조정(주공 측 주장)''구조조정 후 통합(토공 측 주장)'으로 대립하던 논리들이 얼마나 허구였는지,정부가 얼마나 겉 다르고 속 다른지를 그대로 알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또 다시 통합이 제기된 지금,10년 전 그 때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통합이 먼저냐,구조조정이 먼저냐의 논란은 똑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공기업 통합에 지자체들까지 끼어들어 더욱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공기업을 지자체에 이리저리 나눠주면서 대못을 박아버린 혁신도시계획이 그렇게 만들어놨다.

주공은 진주로, 토공은 전주로 이전한다는 이 계획 때문에 '이전 후 통합''새 통합법인 밑에 두 사업부제 설치''구조조정 후 두 공기업의 존치'라는 별별 방안들이 다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사실상 공기업 개혁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노무현 정부는 공기업 개혁도 못하게 대못을 박아버린 셈이다.

이 꼬인 상황을 어떻게 풀 것인가. 정부가 원칙을 갖고 접근한다면 사실 못 풀 것도 없다. 국민들의 눈으로 보면 통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그렇다고 하나마나한 통합을 하면 이것은 개혁의 '깜'도 못 된다. 통합과 구조조정의 선후를 따질 필요가 없다. 어느 게 먼저랄 것도 없이 통합법에다 민간에 넘겨야할 기능 등 구조조정의 내용과 일정까지도 아예 명시해 버리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통합이 먼저다, 구조조정이 먼저다 계속 싸우면 정부는 주공이든, 토공이든 민영화를 하겠다는 각오도 해야한다. 그래서 정말 공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기능이 추려지면 그것만 갖고 새로운 공기업을 만드는 것이 더 빠른 개혁일 수도 있다.

또하나의 문제는 공기업 개혁과 지방이전이 상충되는 상황이다. 이 역시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 두 지자체로의 이전을 전제로 한 그 어떤 방안도 통합을 무력화시킬 게 뻔하고 보면 공기업 개혁이 우선인지,지방이전이 우선인지 정부는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특히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의 속내가 변수다. 겉으로는 통합을 말하면서도 내심 두 공기업의 존치를 바란다면 공기업 개혁은 말 그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되고 말 것이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이래저래 공기업 개혁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