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지만 술 담배 등 기호품 매출은 거꾸로 늘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박감,집값 하락에 따른 융자금 상환 부담 등 주름살 잡히는 일이 많을수록 삶의 위안이 되는 기호품 소비에 집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AP통신은 13일 술이나 담배,사탕류 등 기호품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침체될수록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술집을 찾은 한 여성은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이유로 죽어가고 있다면 몰라도 즐기는 술과 담배를 줄이진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밀워키에 사는 여교사 케이티 브로조비치는 머리와 손톱 손질에 드는 비용을 줄여서라도 좋아하는 고급 맥주를 계속 마실 생각이다. 영국 금융회사인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애널리스트 키스 보먼은 "술 담배 등 기호품은 경기에 비탄력적인 특성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이런 생각은 기업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덴마크의 칼스버그사는 유럽과 아시아 매출 증가에 힘입어 2분기 순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8% 뛴 35억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3억1800만달러로 40.7% 급증했다. 미국 최대 주류회사인 안호이저-부시의 2분기 순이익은 6억89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 늘었다. 보리 밀 등 식품 원자재와 석유 유리병 등의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일축했다. 세계 최대 증류주 회사 디아지오도 스카치 위스키 매출이 매년 8~9%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담배회사도 불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필립 모리스 인터내셔널은 2분기 매출이 16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도 14.1% 늘어난 16억92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담배회사 BAT는 지난 상반기 이익이 15% 증가했다. 술이나 담배회사 주식은 '죄악의 주식(sin stock)'이라 불리지만 불경기에 소비시장의 버팀목이 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다보니 안호이저-부시는 버드와이저 같은 인기 브랜드 제품 가격을 올려 원자재가 상승에 대처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제과업계도 여전히 잘나간다. 세계 최대 제과업체인 캐드버리사는 미국 내 음료 부문을 분사했는데도 상반기 매출이 7.3% 증가했다고 밝혔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허시도 2분기 매출이 양호해 올해 매출 및 이익 증가 목표 3~4%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