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지난 2분기(4~6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생산자물가는 2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는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에 비해 0.6%(연율 2.4%) 감소하면서 작년 2분기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13일 발표했다. 지난주 일본 정부는 경기 하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지난 6년간 이어졌던 성장세가 막을 내렸음을 선언했다.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부진했던 데다,물가상승으로 내수의 핵심인 개인소비마저 감소했기 때문이다. GDP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소비는 전 분기 대비 0.5% 감소했다. 개인소비 감소는 2006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경기 하강 속에 물가는 치솟고 있다. 일본은행이 12일 발표한 7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7.1% 올랐다. 제2차 오일쇼크의 악재가 지속된 1981년 1월(8.1%) 이래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일본에서 식료품은 물론 철강재와 화학제품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등한 생산자물가는 기업들의 이익을 감소시켜 근로자 임금 삭감과 제품 가격 인상을 유발,소비지출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도쿄 소재 로열스코틀랜드은행(RBS)의 야마자키 마모루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추세대로 물가는 계속 오르고,경기가 둔화되면 스태그플레이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에 대응해 이달 말 중소ㆍ영세기업 금융 지원을 골자로 한 종합경기부양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기둔화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없지는 않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재무 건전성을 높여왔고,비용 절감을 위해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또 최근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노무라증권의 다카히데 기우치 선임 전략가는 "가계 소비와 주택 투자,자본 지출 등 핵심 지표들이 모두 부진한 모습"이라면서도 "경기침체가 추세로 굳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모리가 조타로 선임 전략가는"2분기 성장률은 바닥으로 내년부터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속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5.9% 감소한 10조4558억엔(약 10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5년 하반기 이후 2년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유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이 증가한 게 가장 큰 배경이다. 지난 6월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 동기 대비 67.4% 감소한 4939억엔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외국인의 일본 주식투자는 1조133억엔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