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골절 왕기춘ㆍ쥐나도 끝까지 경기 이배영 등 큰 박수

한국 유도대표팀이 부상 투혼으로 베이징올림픽 무대를 달구고 있다.

유도대표팀은 이런 저런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12일까지 금메달 1개,은메달 2개를 따내며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회 첫날이던 9일 남자 60㎏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민호(28ㆍ한국마사회)는 베이징에 들어오던 5일까지만 해도 오른쪽 발에 붕대를 감은 채 슬리퍼를 신어야 했다.

6일 첫 훈련에서 "괜찮다. 평소와 다름없이 운동하고 있다"고 말한 최민호를 두고 주위에서는 불안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최민호는 보란듯이 전 경기를 한판으로 장식하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1일 남자 73㎏급 은메달을 따낸 왕기춘(20ㆍ용인대)은 더 극적이었다. 8강에서 레안드로 갈레이로(브라질)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왼쪽 갈비뼈를 다친 것이다. 당시에는 정확한 부상 정도를 몰랐겠지만 정밀진단 결과 연골과 뼈 일부가 조각나 떨어져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남자 81㎏급 은메달리스트 김재범(23ㆍ한국마사회)도 마찬가지다. 안병근 남자대표팀 감독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베이징 오기 한 달 전에 재범이가 '피곤하다'고 하길래 병원에 가 진단을 받도록 했는데 간 수치가 상당히 높게 나왔다. 정확한 병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급성 간염의 일종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재범도 "너무 훈련을 많이 해서 간 수치가 높아졌다. 지금도 약간 피로하다"면서 "일단 휴식을 좀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컨대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매트에 나가 세계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셈이다.

여자부도 아직 메달은 없지만 투지는 뒤지지 않는다. 10일 여자 52㎏급 동메달 결정전에 나가 패했던 김경옥(25ㆍ하이원)은 동메달전을 치르기 직전 경기에서 귀를 얻어맞았다. 귀가 부어오른 채로 동메달 결정전에 나가 패한 김경옥은 경기가 끝난 뒤 귀에서 주사기 2개 분량의 피를 뽑아냈다.

왕기춘과 김재범 등의 선수들이 좌우명으로 밝힌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는 뜻의 '수사불패'(雖死不敗) 정신 그대로 유도 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매트를 빛내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