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계의 원로이자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인 류근철 모스크바국립공대 종신 교수(82)가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골동품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한다. 이는 개인과 기업을 통틀어 역대 최고액이다.

KAIST는 14일 KAIST 대강당에서 류 교수와 서남표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부금 출연 약정식을 갖는다고 13일 밝혔다.

기부 재산은 서울 서대문역 인근 520억원 상당의 빌딩과 광화문 인근 10억원 상당의 아파트,경상북도 영양군 임야 10만㎡, 그리고 총 10억원을 호가하는 골동품 100여점이다. 이들 골동품 중에는 '동의보감' 진본과 같은 희귀 고서적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 한의학 연구에만 평생을 바쳐 온 류 교수가 특별한 인연이 없었던 KAIST에 이 같은 거액을 납부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을 통해서만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본인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류 교수는 평소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과학기술 덕분이며 KAIST가 세계 1등 대학으로 도약해야 기술을 발전시키고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고 한다.

류 교수는 "지난번 KAIST를 방문했을 때 서남표 총장의 세계 최고 대학을 향한 비전과 교직원,학생들의 열정에 매료됐다"면서 "KAIST가 우리나라와 인류에 공헌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기부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부 의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이번 저의 기부가 한국의 기부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KAIST는 류 교수의 뜻에 따라 행정중심 복합도시 내에 건립 예정인 KAIST 세종캠퍼스의 부지 매입과 기반 정비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KAIST는 세종캠퍼스를 'KAIST 류근철 캠퍼스'로 명명하고 류 교수의 동상과 기념관을 건립키로 했다.

KAIST 관계자는 "류 교수는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반드시 세계 1위 대학이 되어야 한다고 서 총장에게 말할 만큼 KAIST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면서 "이번 기부로 KAIST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대학' 목표 달성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26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류 교수는 세계 최초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한의학 박사다. 1973년 경희대 의료원 부원장을 지낸 그는 퇴임 후 한의학과 공학을 연결하는 연구를 계속해 한의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모스크바국립공대에서 의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국립공대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의료 시설이 부족한 지방을 돌면서 무료 진료 활동을 했으며 충남 천안 천동초등학교에 사재 1억5000만원 상당의 시설을 기증하기도 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2남3녀가 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