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차에 '홈 시어터' 수준의 음향장치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고품질 음향을 선호하는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각종 편의장치를 많이 달고 있는 수입차와 국내외에서 경쟁해야 하는 점도 음향장치를 고급화하는 이유다.

홈 시어터 수준 오디오 장착 '붐'
소리없이 강해진 '車음향'


기아자동차는 오는 21일부터 판매하는 준중형 신차 포르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워베이스(저역음 가상효과 음향장치)를 적용키로 했다. 파워베이스는 차량 스피커의 한계를 뛰어넘는 생생한 저역음과 자연스러운 재생음을 제공하기 때문에 차 안에서 콘서트 홀 수준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기아차 측 설명이다. 또 내장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리를 제어,떨림을 최소화할 수 있게 설계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파워베이스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3사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한 신기술로,준중형 대중차에 적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사전평가 결과 포르테의 실내 음향수준이 동급 차량에 비해 월등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포르테에 장착하는 파워베이스를 다음 달 말 선보일 신차 쏘울에도 적용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올초 출시한 고급 세단 제네시스에 독일 하만베커의 최고급 브랜드인 렉시콘 로직7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총 17개의 스피커를 달아 공연장이나 영화관에 온 느낌을 줄 수 있다. 세계 최고급으로 손꼽히는 롤스로이스에 공급되는 것과 같은 장치다.

쌍용자동차는 대형 승용차 체어맨W에 마이바흐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등에 적용된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을 넣었다.

르노삼성 역시 작년 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에 이어 SM7 뉴아트에 세계적인 오디오 업체인 보스의 음향 시스템을 적용했다. 서규억 전사 커뮤니케이션본부 팀장은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에서 가수가 눈앞 20㎝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며 "렉서스에 장착된 마크 레빈슨 시스템 등과 견줄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운드 중시하는 소비자 급증
소리없이 강해진 '車음향'


자동차회사들이 잇따라 수준높은 음향장치를 장착하는 것은 소비자 입맛이 그만큼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사운드의 질을 꼼꼼하게 따지는 고객층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제네시스 구입자 중 65% 이상이 렉시콘 음향시스템이 장착된 모델을 계약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렉시콘 음향장치가 장착된 모델만을 찾는 바람에 한때 출고가 2~3개월 지연되기도 했다"며 "고급 차량의 소비자들은 특히 실내 사운드에 더욱 민감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국산차들이 수입차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점도 음향시스템 고급화를 부추기고 있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국산차는 엔진 성능과 외관 디자인 면에서 수입차에 못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이제는 세심한 편의장치 등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업체들이 신차를 내면서 경쟁 차량과의 비교우위를 위해 첨단 오디오와 같은 고급 편의장치를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동차가 이동수단이 아닌 훌륭한 휴식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