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 간 임금교섭이 한창인 가운데 이 협상에 완성차업체들은 물론 여타 산업계 관계자들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근무형태 변경이 현대차 노사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 협상에 따라 지난 40년간 지속돼온 근무 형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주5일 근무 도입 등을 비롯해 국내 제조업의 근무 형태 변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해왔다.

현대차는 13일 노조 측과 가진 제15차 본교섭에서 주간조 8시간,야간조 10시간의 '8+10'방식의 수정된 근무형태안을 내놓았다. 노조는 이보다 앞서 심야시간 근무를 완전히 없애고 주간조 8시간(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야간조 8시간(오후 3시20분부터 밤 12시까지)의 '8+8'방식의 근무형태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회사는 이 같은 노조 요구안에 대해 주간조는 노조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대신,야간조는 새벽 2시까지 10시간 근무하는 수정안을 내놓은 셈이다. 현재 현대차의 주간조 근무는 식사시간 1시간을 포함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잔업은 오후 6시50분까지),야간조 근무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잔업은 오전 8시까지)로 이뤄지는 10+10 방식의 근로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시행시기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현 시점에서 심야시간대를 없애면 연간 생산량이 25만5000여대 줄어들게 되고 이를 보전하려면 시간당 생산량(UPH)을 19% 이상 올리기 위한 설비공사 확충에만 최소 10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회사 측의 이 같은 주장을 감안할 때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시기는 이르면 2010년이나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조 측은 그러나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도입하자고 맞서고 있다. 더욱이 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더라도 임금손실과 노동강도 강화,고용불안 없는 3무(無) 형태의 근무형태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즉 일은 덜하더라도 임금은 그대로 받겠다는 것.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노조가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공장 신설과 인력 충원을 통해 만회하면 된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는 오히려 경쟁력 저하나 고용불안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또 "주간연속 2교대제는 시장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탄력적인 생산체제로 구축해야 하고 부품 협력회사 등에 대한 파급효과가 막대한 만큼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혀 당장 내년부터 시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앞서 울산을 비롯한 전국의 자동차 부품협력업체들은 "새 근무형태가 도입되면 대규모 생산감소는 필연적이며 이는 부품업체의 매출감소를 초래해 많은 중소업체가 경영위기 및 도산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