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개막 6일째인 13일.베이징 시내에서 올림픽공원을 연결하는 지하철 8호선(올림픽 지선)이 출발하는 베이투성역.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가방을 검색하고 경기장 입장표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바쁘다. 지하철역 앞 가판대 위의 신문은 모조리 남자 펜싱에서 중국 선수가 금메달 딴 소식을 대문짝만 하게 싣고 있다. 베이징의 18개 경기장 대부분이 최고 90% 이상의 입장률을 기록할 만큼 올림픽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장 바깥은 찬바람이 거세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림픽 개막 후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여 13일 장중 한때 2400선이 무너졌다. 왕징에 있는 인허증권 객장을 들어서니 100여개 단말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은 10명도 채 안 돼 보인다. 삼삼오오 모여 카드 게임을 하는 다섯 그룹 정도가 고작이다. 상하이전력 주가를 살펴보던 위에샹씨는 "많은 투자자들이 올림픽 경기를 찾아 그나마 객장에 나오는 사람은 더욱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 증권 사이트 취안징왕이 5600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0%가 올림픽 이후에도 주가의 추가 하락이 예상돼 기회만 오면 주식을 팔겠다고 답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500선이 깨지며 20개월래 최저치로 주저앉은 지난 11일 인터넷포털 왕이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상하이지수가 20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는 투자자가 85%에 달했다. 이날 발표된 7월 소매 매출 증가율이 23.3%(전년동기 대비)로 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주가 하락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6월의 23.0%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거의 제자리 수준으로 올림픽 특수는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베이징의 실물 경기가 나빠졌다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날 오전 왕징에 있는 궈메이 1층 입구 좌우로 배치된 휴대폰 매장은 삼성전자 애니콜 코너에서 한 명의 손님만이 상담하고 있을 뿐 썰렁했다. 오성홍기를 매장 곳곳에 꽂아 놓았지만 올림픽 열기는 여기선 실종이다. 자동차 시장은 한여름이지만 이미 동절기에 들어갔다. 중국 내 50여개 승용차업체들이 만든 중국승용차 연석회의에 따르면 7월 승용차 판매는 36만대에 그쳐 전월보다 22%,전년 대비 4% 감소했다. 승용차 판매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물가 불안도 커졌다. 7월에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0% 오르면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향후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자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 물가에 제때 반영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전문가들은 수출 둔화에 이어 소비마저 둔화될 경우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버블 붕괴도 심각하다. 선전의 지난 6월 말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은 ㎡당 1만1000위안으로 고점이었던 작년 10월보다 36%나 폭락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부채 비율이 평균 400% 이상이어서 부동산 버블 붕괴는 곧바로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특수는커녕 불경기가 지속될 경우 중국에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중국 경기 동향의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