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들이 40%의 지분을 갖고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해 온 서(西)캄차카 유전개발 사업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자원부국인 러시아에서 의욕적으로 벌이던 유전개발 사업이 러시아 정부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로 탐사단계에서 중단된 것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13일 "서캄차카 광구 허가감독청인 러시아 연방 지하자원청이 지난달 29일 서캄차카 유전개발사업 계약 해지를 최종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인 로즈네프트와 석유공사 등 한국 기업들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은 6 대 4의 지분으로 2003년부터 유전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계약 기간이 7월 말 종료됨에 따라 최근 러시아 정부에 유전개발 라이선스 연장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지만,러시아 정부는 한국 컨소시엄의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석유공사 등 한국 컨소시엄이 서캄차카 유전개발 사업에 투입한 금액은 성공불융자 900억원을 포함해 약 2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시추 작업 등 애초 맺은 계약 사항을 로즈네프트와 한국 컨소시엄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계약 연장 거부의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컨소시엄과 로즈네프트는 지난해 말까지 2공,올해 1공 등 총 3공을 시추할 예정이었지만 로즈네프트가 시추선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시추가 미뤄져 올 6월에야 석유공사의 시추선인 두성호를 동원해 첫 시추가 이뤄졌다.

애초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어졌던 것.이 때문에 한국 측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라이선스 연장을 받아줄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현재 한국 유일의 시추선인 두성호가 1번공 시추공에서 시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계약 종료로 곧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의 외국 회사 탐사 제한과 함께 고유가로 인한 전 세계적인 유전개발 붐에 따른 반잠수함식 시추선 확보의 어려움으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자원민족주의에 입각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이 한국 컨소시엄의 계약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캄차카 해상광구는 로즈네프트가 2003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운영권을 따냈으며 한국은 이듬해 9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한ㆍ러 정상회담에서 석유공사와 로즈네프트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이 사업의 공동 계약자가 됐다. 한국 컨소시엄에는 석유공사(20%)를 중심으로 한국가스공사(4%),SK에너지(4%),GS칼텍스(4%),대우인터내셔널(4%),현대종합상사(2%),금호석유화학(2%)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서캄차카 해상광구는 오호츠크 해상 대륙붕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6만2680㎢(남한 면적의 약 3분의 2)이다. 이곳에 37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국 측 지분 매장량은 15억배럴이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