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여행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행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

2년 전 공연업계에서 일하던 유경숙씨(32·사진)는 업무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야근을 하다 세계일주를 결심했다. 보고서를 쓰던 중 해외 공연시장 진출 및 개척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놀러 가는 여행이 아니라 일하러 가는 여행을 결심했던 것.

자신의 경력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결혼자금을 털어 세계일주에 나선 유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남·북아메리카,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지 41개국을 돌며 세계 공연계의 흐름을 살폈다. 공연티켓 구입비만 1200만원에 달했고,관람한 공연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1년 동안의 관찰여행을 토대로 ≪카니발 로드≫(동아일보사)를 출간한 유씨는 투자한 시간과 비용의 몇 배 효과를 얻었다고 자신했다.

"많은 직장인이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막연하게 세계일주를 동경하지만 이는 효율적인 생각은 아닙니다. 잠시 업무를 중단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면,해외에서 보내는 1년이 국내에서 보내는 1년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잘 계획해서 움직여야 해요. "

유씨는 "앞으로 어디가 공연의 집산지가 될지,각 대륙의 공연문화 흐름이 어떤지 파악해야 우리 공연문화가 어디로 진출할지 판단할 수 있다"며 "어느 기업이든,어느 업종이든 해외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카우트 제의가 오는 등 투자의 결과를 맛보고 있는 유씨는 오는 10월 다시 1년 계획으로 유럽 공연문화를 연구하는 여행을 떠날 계획.그는 장기 해외여행을 고려하는 직장인들에게 "여행계획서가 아니라 경력계획서를 쓴다는 생각으로 여행의 윤곽을 잡는다면,여행과 일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