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20년만에 '1위 뱃고동'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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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선 호황…해운업계 1위 탈환 무난할듯
STX그룹의 해운 계열회사인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이 올 상반기 거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판으로 해운업계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다.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이 호황을 누리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매출 규모는 현재 수위인 한진해운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STX그룹은 벌크선 시황이 급격히 꺾이지 않는 한 올해 1위 탈환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관리와 법정관리를 넘나들던 기업이 20여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해운업계 1위 기업은 범양상선이었다. 그러나 과다한 부실채무 등으로 1987년 은행관리에 들어가면서 후발주자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1992년엔 법정관리로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만년 3등에 머물던 범양상선은 2004년 주인이 바뀌어 STX팬오션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빠르게 기력을 회복했다. 2004년 2조5862억원이던 매출액은 작년 4조8734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더욱 가속이 붙었다. 매출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107% 늘어난 4조2244억원에 달했다. 작년 연간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업계 1위인 한진해운(4조2413억원)에 169억원 차이로 바짝 따라 붙었다.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불었다. 1년 전에 비해 136% 커졌다. 한진해운(2072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 많다. 2분기 실적만 떼어 놓고 보면 STX팬오션(매출 2조3714억원)이 한진해운(2조2461억원)과 현대상선(1조8267억원) 등 기존 강자를 이미 앞질렀다.
◆벌크선이 이끈 호황
STX팬오션의 실적을 끌어 올린 가장 큰 원동력은 벌크선이다. 올 들어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요가 폭증하면서 벌크선이 품귀현상을 빚었고 이로 인해 벌크선 운임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STX팬오션은 벌크선의 비중이 다른 해운회사에 비해 훨씬 크다. 현재 운용중인 500여척의 배 가운데 90%가량이 벌크선이다. 컨테이너선 위주로 사업을 꾸리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비해 벌크선 시장의 호황으로 인한 수혜폭이 큰 구조다.
최근 들어 중국 올림픽과 여름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건(乾)화물 운임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STX팬오션의 올해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체의 벌크선 인도지연 및 주문 취소로 당분간 벌크선 부족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화물운임도 4분기부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든든한 '캐시 카우'
STX팬오션은 내부적으로 올해 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STX그룹의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 2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STX팬오션이 책임지는 셈이다. STX팬오션이 벌어들인 현금은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매물이 나올 때마다 STX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STX팬오션 덕분이다. 증시 일각에서 제기된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크게 확산되지 못하게 만든 방어막도 STX팬오션의 수익성이다.
STX팬오션은 연초에 올해 매출 목표를 8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한진해운(7조5000억원)과 현대상선(6조3515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계획대로 실적이 나오면 업계판도는 20여년 만에 바뀌게 된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해운운임의 재상승이 예상된다"며 "STX팬오션이 연초 예상했던 연간실적 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매출 규모는 현재 수위인 한진해운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STX그룹은 벌크선 시황이 급격히 꺾이지 않는 한 올해 1위 탈환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관리와 법정관리를 넘나들던 기업이 20여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해운업계 1위 기업은 범양상선이었다. 그러나 과다한 부실채무 등으로 1987년 은행관리에 들어가면서 후발주자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1992년엔 법정관리로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만년 3등에 머물던 범양상선은 2004년 주인이 바뀌어 STX팬오션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빠르게 기력을 회복했다. 2004년 2조5862억원이던 매출액은 작년 4조8734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더욱 가속이 붙었다. 매출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107% 늘어난 4조2244억원에 달했다. 작년 연간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업계 1위인 한진해운(4조2413억원)에 169억원 차이로 바짝 따라 붙었다.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불었다. 1년 전에 비해 136% 커졌다. 한진해운(2072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 많다. 2분기 실적만 떼어 놓고 보면 STX팬오션(매출 2조3714억원)이 한진해운(2조2461억원)과 현대상선(1조8267억원) 등 기존 강자를 이미 앞질렀다.
◆벌크선이 이끈 호황
STX팬오션의 실적을 끌어 올린 가장 큰 원동력은 벌크선이다. 올 들어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요가 폭증하면서 벌크선이 품귀현상을 빚었고 이로 인해 벌크선 운임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STX팬오션은 벌크선의 비중이 다른 해운회사에 비해 훨씬 크다. 현재 운용중인 500여척의 배 가운데 90%가량이 벌크선이다. 컨테이너선 위주로 사업을 꾸리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비해 벌크선 시장의 호황으로 인한 수혜폭이 큰 구조다.
최근 들어 중국 올림픽과 여름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건(乾)화물 운임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STX팬오션의 올해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체의 벌크선 인도지연 및 주문 취소로 당분간 벌크선 부족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화물운임도 4분기부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든든한 '캐시 카우'
STX팬오션은 내부적으로 올해 1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STX그룹의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 2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STX팬오션이 책임지는 셈이다. STX팬오션이 벌어들인 현금은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매물이 나올 때마다 STX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STX팬오션 덕분이다. 증시 일각에서 제기된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크게 확산되지 못하게 만든 방어막도 STX팬오션의 수익성이다.
STX팬오션은 연초에 올해 매출 목표를 8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한진해운(7조5000억원)과 현대상선(6조3515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계획대로 실적이 나오면 업계판도는 20여년 만에 바뀌게 된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해운운임의 재상승이 예상된다"며 "STX팬오션이 연초 예상했던 연간실적 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