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이틀 연속 하락했지만 외국인은 선물시장에 이어 현물시장에서도 매수 우위를 나타내 주목받고 있다. 뉴욕 증시가 빠지면 여지없이 매도 공세를 퍼부었던 외국인의 투자 행태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일단락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26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날 뉴욕 다우존스지수가 신용위기 우려 등으로 0.94%나 떨어졌지만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이날 외국인은 철강과 조선주를 집중 매수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뉴욕 증시 하락을 보고 외국인 매도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도세가 진짜 완화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신용경색 우려 때문에 위험 자산인 주식을 닥치는 대로 팔아치우던 외국인이 이제는 주식을 가려서 팔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선 매도 규모를 줄이는 대신 원자재 가격 하락에 맞춰 브라질 등 자원 보유국에선 매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이 팔 만큼 팔았다는 판단으로 매도 강도를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에 국내 증시의 주가 수준이 싸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외국인의 본격적인 국내 증시 귀환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신용위기가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자본 상각 규모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돌아온다고 말하긴 아직 어렵다"며 "특히 국내 증시가 외국인이 자금을 회수하기 쉬운 시장으로 알려져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7702억원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