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만기일인 14일 증시에서는 우려됐던 프로그램 매물 폭탄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차익 및 비차익 거래를 합친 프로그램 매매는 1436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4000억~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던 차익 매물 (선물을 사고 현물주식을 파는 것) 규모도 실제 678억원이 나오는 데 그쳤다. 선물거래와 연계되지 않은 비차익 거래로는 2114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0.61% 오른 1572.19로 마감됐다.

선물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고,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어 당분간은 프로그램 매물이 일시에 쏟아지는 '옵션 만기 후폭풍'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옵션 만기일에 이처럼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선물·현물의 가격 차이인 시장 베이시스가 평균 1.1 수준으로 이론 베이시스(0.9)보다 높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훨씬 높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현물(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매가 크게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2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이 7727계약의 대규모 지수선물을 순매수하면서 시장 베이시스를 끌어 올렸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수에 대해 "전날 4700계약 넘게 순매도한 것을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신규 매수 물량도 상당했다"고 분석했다.

시장 잠재 물량이 미리 정리된 것도 이날 프로그램 매물 폭탄이 없었던 이유로 꼽힌다. 3157억원의 차익 매물이 쏟아진 이달 7일부터 전날까지 차익거래로만 6168억원이 이미 나왔다. 이에 따라 잠재 매물 성격인 매수차익 (선물을 파는 대신 현물을 사는 것) 잔액은 이달 초 8조원을 웃돌던 데서 전날 기준 7조474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이날 매수차익 잔액은 7조2000억원 수준으로 더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선물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프로그램 매물이 확대되는 후폭풍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7조2000억원에 달하는 매수차익 잔액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그동안 집계 오차로 인한 허수 물량을 제외하면 실제 매수차익 잔액은 2조8000억~3조3000억원 수준으로 염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물이 대거 나오려면 선물지수가 200선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데 200선은 시장이 공감하고 있는 바닥권"이라며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에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시장 흐름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도 "이날 2308억원에 달하는 증권사 주식 순매수는 대부분 코스피200지수 안에 포함된 우량 주식을 사들인 뒤 상장지수펀드(ETF)로 바꾸려는 외국계 증권사의 ETF 차익거래 물량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ETF 차익거래는 현재 주가가 바닥권이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한 것이어서 앞으로 장세를 크게 흔들 만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