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불법행위에 관용없다"
경찰 체포조도 투입…게릴라 시위 이어져


건국 60주년,광복 63주년인 15일 서울은 또다시 불법 시위대에 점령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 63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 "법을 어기는 행위에 대해 관용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이겠다"며 불법 행위 엄단을 강조했고 경찰도 이날 시위대 조기 진압에 들어가는 등 적극적인 해산 작전에 나섰다. 하지만 시위대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의 진압과 봉쇄망을 피해 모였다 흩어지는 '게릴라식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밤 늦게까지 도심 곳곳에서 거리 점거 시위를 벌였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민주노총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이 중심이 된 시위대들은 오후 7시께 서울 중구 한국은행·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오거리 일대를 기습 점령하고 '100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확성기를 동원,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대통령 퇴진 등을 외쳤다. 오후 8시께 8000명(경찰 추산)으로 불어난 시위대들은 '100회 촛불대행진 국민선언문'을 낭독하며 "이명박 정부 심판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165개 중대 1만6000여명을 동원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보신각 주변 등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 진입을 봉쇄한 데 이어 한국은행 앞에서도 조기 해산 작전에 들어갔다. 7시45분께부터 경고 방송을 시작한 경찰은 4차례에 걸친 해산 명령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오후 8시10분께 사복경찰과 경찰기동대를 투입,시위대를 명동 골목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살수차 안에 파란색 염료를 넣은 '색소 물대포'와 휴대용 색소분사기를 사용해 시위대 40여명을 검거했다. 검거 작전에는 사복을 입은 체포조가 별도로 투입돼 인도 위에서도 옷에 색소가 묻은 시위자를 가려냈다.

시위대 중 상당수는 골목 안쪽에서 뿔뿔이 흩어졌으나 일부는 명동성당과 탑골공원에 모였다가 종로-을지로-충무로-왕십리-동대문 일대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오후 9시30분께는 도심에 흩어졌던 시위대들 1000여명이 한꺼번에 충무로에 집결해 세를 과시한 뒤 다시 왕십리 방향으로 가두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에워싸고 물대포를 쏘며 진압작전을 지속했다.

앞서 진보연대 등이 참여한 '8·15 민족통일대회 추진위원회'는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3700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정부 주최의 '건국 60주년 행사'를 비판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말살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대북 적대 정책인 '비핵·개방·3000'안 폐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철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지 등을 촉구했다.

한편 국민행동본부,뉴라이트전국연합,대한민국사랑회,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성향 단체들은 오전 11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3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이승만 건국대통령에 대한 국민감사 한마당'을 주제로 건국 60주년 알리기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성악 공연 형식의 '독도음악회',강연 중심의 '바른 역사 이야기마당'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세대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민제/이상은 기자 pmj53@hankyung.com
김정환/최창규 인턴기자(한국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