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女개인전 박성현 銀ㆍ윤옥희 銅 ‥ '7연패 신화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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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여자 양궁이 중국의 홈 텃세 속에 베이징에서 무너졌다. 올림픽 2관왕 2연패에 도전한 박성현(25)은 14일 중국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장쥐안쥐안에게 109-110(120점 만점),1점 차로 져 은메달을 땄다.
한국은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대회부터 올림픽 개인전에서 6회 연속 우승했지만 연승 숫자를 '7'로 늘리는 데 실패했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이어온 여자 개인ㆍ단체전 싹쓸이 횟수도 '5'에서 멈췄다. 주현정(26)이 8강에서 탈락하고 세계랭킹 1위 윤옥희(23)마저 동메달에 그친 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인ㆍ단체전 2관왕 박성현이 결승전에 나섰다. 올림픽 첫 '2관왕 2연패'는 물론 여자 개인전 7연패 위업에 대한 책임감까지 짊어진 채였다.
경기장에는 여자 8강전이 시작되기 직전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박성현을 흔들리게 한 건 날씨가 아니라 중국 관중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소음응원이었다. 4엔드에 걸쳐 3발씩 12발을 쏘는 승부에서 3엔드가 끝났을 때 박성현은 81-82로 1점 뒤지고 있었다. 1엔드에 29-26으로 앞서다 2엔드 두 발,3엔드 1발씩 8점을 쏘는 바람에 역전을 허용한 상황.박성현이 활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에선 알아듣기 힘든 고함이 나오고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성현은 4엔드 첫 발을 10점에 꽂았지만 장쥐안쥐안도 10점으로 응수해 91-92,1점 차가 이어졌다.
박성현의 얼굴에는 전에 없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요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관중석 소음은 집요하게 계속됐고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 박성현은 4엔드 두 번째 화살마저 8점을 쏘고 말았다.
승리를 확신한 장쥐안쥐안은 침착하게 9점을 쐈고 점수 차는 2점(99-101)으로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상태에서 박성현은 마음을 비운 채 마지막 한발을 10점에 명중시켰다. 중국 관중의 소음이 뚝 그친 사이 장쥐안쥐안은 9점을 명중시켜 1점 차 승리를 확정했다.
박성현은 경기 후 "7연패를 이어가지 못해 선배들께 죄송하다"며 "중국 관중이 내는 소리에 개의치 않고 쏘려고 했지만 조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컨트롤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준결승에서 장쥐안쥐안에게 109-115로 진 윤옥희는 3,4위전에서 권은실(북한)을 109-106으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은 아테네대회 여자단체전에서 한국에 이어 2위를 차지,역대 네 번째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자국에서 개최한 올림픽에서 양궁 첫 금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북한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최옥실)에 이어 8년 만에 올림픽 여자 개인전 4위에 그치며 첫 메달 갈증을 풀지 못했고,한국계 일본 대표 하야카와 나미(한국명 엄혜랑)는 8강전에서 박성현에게 졌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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