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브레이커
박기성 지음│ 비즈니스맵│272쪽│1만5000원


경쟁에는 몇 가지 급수가 있다. 첫째는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경쟁자의 수준과 상상력이 고만고만한 데다 전략이 같고 수단이 같다. 이런 경우에는 '힘이 세다'거나 '압도적인 물량 공세' 같은 아주 원초적인 기준이 좌우한다. 별다른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가장 수준 낮은 경쟁의 모습이다.

두 번째는 '뒤집기' 경쟁.인간 지성의 활동이 빛을 발하는 단계로 힘보다 머리 싸움이 판을 결정한다. 상대가 쪽수와 힘을 믿고 달려들 때 무조건 맞서는 바보짓 대신 상대 수뇌부를 뇌물을 써서 무너뜨린다. 아니면 싸움의 판을 새로 짠다. 경쟁의 방법과 게임의 룰을 바꾸면 상대를 완전 제압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동안은 묶어 놓을 수 있다. 요새 흔히 말하는 '관습의 파괴' '창조적 파괴' 또는 '창조형 리더는 원칙을 위반한다' 같은 명제들이 다 경쟁의 발상을 바꿔 보자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경쟁이 상대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아예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경쟁도 있다. 이른바 '절대적 경쟁'이다. 나 자신의 노력과 성취가 모든 것의 척도이며 상대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중국과 조선의 주자학 세계가 강조한 '공부'의 세계다. 즉 '성인(聖人) 되기'가 경쟁의 목표다. 이 땅의 마지막 유학자들이 요즘 경쟁을 못마땅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 입장에서 봐도 원초적 경쟁의 단계는 이미 지났다. 비슷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경쟁하다가 결국은 제 살 깎아먹기로 가는 우격다짐 시대는 끝났다. 다음 단계는 차별화.남이 당분간 흉내 내지 못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 항구적이진 못할지라도 상당 기간 '블루 오션'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차별화가 제품과 서비스의 일회성 성공에 그치지 않고 매사에 작동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답하려고 한 것이 ≪룰 브레이커≫다.

저자는 먼저 기업의 차별화 전략이 지닌 한계부터 지적한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역량만을 바탕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기업 내부 관점에서 시작된 이런 차별화 방식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고객이 차별화를 느끼지 못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객 관점에서 차별화를 시작하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매뉴얼에 가까운 이 책은 '솔루션'이란 전략 개념을 축으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고객 요구의 파악-차별화 가치의 발견-시장 지배력의 유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물론 '룰'을 깨는 체계적 방법과 관점의 전환 노하우는 물론이고 인프라 구축 방법까지 실제 사례가 붙어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