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여백에 비친 세상
김판수 지음 | 이카루스미디어 | 328쪽 | 9800원


'감당하기 힘든 삶터에서 비켜난 다른 한 쪽에서는 낚시를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심미학적 정신세계가 오랜 세월 쉼 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색과 관조가 우러나고 지혜와 깨달음이 샘솟아 메마른 삶터로 흘러들고 있다. '

이 책은 낚시에서 발견한 삶의 여백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낚싯줄을 매만지면서 부드러움과 끈질김을 즐기고,낚싯대를 휘두르며 휘어짐과 단단함을 얘기한다. 봉돌을 어루만지면서 침잠의 묵직함과 균형의 중후함,표류의 자유로움과 방황의 덧없음을 확인한다. 그 시선이 한폭의 수묵담채화를 보는 듯 명징하다.

한적한 물가에서 밤과 낮,인간과 세상을 관조하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밤과 어둠은 현실 문명에서는 죽어 있는 시간이지만,강과 들판의 낚시에서는 상상력이 무한정으로 발동하는 깨어 있는 시간이다. ' 숨쉴 틈 없는 기자 생활을 접고 비로소 온전한 자신을 되찾은 저자의 어법이 찬찬하면서도 웅숭깊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