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협상이 또다시 결렬되면서 국회 정상화를 기약조차 할 수 없게 됐다. 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무려 78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식물 국회'다. 여야는 당초 13일까지 협상을 끝내고 14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었지만 가축법 개정안에 발목 잡혀 결국 원구성이 무산(霧散)되고 만 것이다. 이런 국회가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국회의장이 오는 18일로 협상시한을 정하고 그래도 안되면 국회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여야 행태로 볼 때 이번에도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고 여당이 단독처리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 없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과연 9월 정기국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 국회가 당장 처리해야 할 과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말고도,수백건에 달하는 각종 민생법안과 제도개선관련 법개정안이 산적해 있다.

여야 할것없이 정치권은 지금 눈과 귀가 있다면 폭등하는 물가와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 서민생활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고 듣지 않으면 안된다. 더 이상의 국회 파행과 직무유기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국민들도 이제 인내의 한계에 와있다. 당장 국회를 정상화해 민생(民生)부터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