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U '마이너스 성장' … 우려가 현실로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에도 악영향

신용경색에 따른 미국 경제 침체 여파를 덜 받는 것으로 여겨졌던 유럽과 일본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자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전 지구촌으로 확산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유럽 일본 등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당국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서 판매가 줄고 생산이 감소하는 등 경기 곡선이 급강하는 모습이다.

◆주요국 성장률 곤두박질

2분기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1분기에 비해 0.2% 감소,1999년 유로화 도입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독일은 GDP가 전분기 대비 0.5% 감소해 2004년 3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독일 경제의 위축은 민간 소비가 감소한 데다 유로존 지역으로의 수출이 부진했던 탓으로 분석된다. 역내 경제 규모가 2,3위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2분기 성장률이 각각 0.3% 감소했다. 일본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에 비해 0.6%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4%의 감소율로,2001년 3분기(―4.4%)에 이어 가장 큰 위축이다. 역성장 요인은 GDP의 55%가량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전 분기에 비해 0.5%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소비 감소는 200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내년 영국 경제가 고물가 영향으로 성장세가 멈출 것(제로성장)으로 예상했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세계 경제가 이미 겨울로 접어들었다"며 어려운 경제 실상을 전했다. 이 밖에 뉴질랜드도 1분기에 이어 2분기 소매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0.2%)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침체 우려를 키웠다.

◆미국 경제도 회복 기미 없어

세계 경제가 본 궤도를 찾아가려면 유가 하락과 함께 미국 경제가 안정돼야 한다. 다행히 7월 중순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11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가 떨어지면 기업들은 자신감을 찾고 인력 감축 압력도 줄게 된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혼미한 상태다.

먼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 상승이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5.6% 올라 1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화당국의 인플레이션 관리 범위(1.5∼2.0%)를 훨씬 벗어난 수치다.

물가가 치솟자 미국인들은 스타벅스 커피 소비를 줄이고 자동차를 예전보다 덜 몰고 있다. 6월 한 달간 주행거리는 작년 동기보다 4.7% 감소해 1996년 1월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기 회복의 또다른 걸림돌은 고용시장 악화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전달에 비해 0.2% 포인트 높아진 5.7%를 기록,2004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시장도 압류 물건이 계속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는 등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국 한국도 타격 불가피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휘청대면 수출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는 중국과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의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14.7%를 기록해 전달의 16%에 비해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꺾이는 추세다. 한국도 7월 산업생산 증가세가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세계 경제가 동반 추락하는 현상이 장기화되면 소비재뿐 아니라 기계 조선 등 산업재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

다만 국제유가와 다른 상품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는 등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코노미스트인 질레스 모엑은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주요 경제권이 최악의 상황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