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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주름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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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보는 성형외과 선생님이 내 얼굴을 보더니 한말씀 하신다. "김 선생,주름살 많이 늘었네.한번 와.공짜로 보톡스 좀 놔줄게." 보톡스? 그런 건 연예인들이나 맞는 것이라고 생각해 온 나는 철없이 반문한다. "아니,제 얼굴에도 보톡스 맞을 데가 있나요?"

    피부관리 같은 건 받을 시간도 없지만 항상 젊은 마음가짐과 자세로 생활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젊어 보인다고 허영심을 부리는 내게 "에그,요기 눈 아래,입가 맞을 데 많구만…" 하는 답이 돌아온다. 그래,성형외과 의사의 눈에 내 얼굴은 하자투성이겠지….

    '동안 열풍'이다. "어머,그렇게 큰 애가 있으세요? 너무 젊어 보이세요"하는 인사치레라도 못 들으면 섭섭해 하는 아줌마들이 많고,동안 선발대회까지 열려 눈가의 주름살 보일까봐 웃지도 못하는 중년부인,할머니들이 심각하게 포즈를 취하는 해프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을 보면….

    그러고 보니 전과 비교해서 사람들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10년 정도 젊어 보이는 건 일도 아닌 듯 싶다. '엄마가 뿔났다'에 나오는 장미희는 20년은 젊어 보이는 용모와 옷차림으로 드라마 시청률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동안 열풍'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때로 왜 이리 불편할까? 그건 아마도 주름살이 늘어간다는 것,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죄악시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이 내 눈에는 병적으로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나아가 겉모습으로 보이는 생물학적인 노화의 현상을 정면으로 거스르라고 부추기면서도 정작 나이 든 사람들이 가지는 '내적인 완성'이라는 프리미엄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해지는 세태가 딱해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름살은 피부 아래의 결합조직이 노화에 따라 허물어지면서 생겨난다. 보톡스는 허물어진 결합조직을 채우는 것이 아니고 주름을 부각시키는 건강한 안면 근육을 마비시켜 표정없는 얼굴을 만들어 얼굴의 주름을 지운다. 하지만 생물학적 나이를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세상의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을 것 같은 연예인들의 나이든 얼굴이 말해준다.

    주름살 보일까봐 표정도 자유롭게 못 지으며 팽팽한 얼굴을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이 걸음걸이는 영락없는 노인네의 모습을 한 것을 보면 슬퍼진다. 애들을 주렁주렁 달고도 하이힐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나 늙지 않았어" 하고 시위를 하는 듯한 여인네를 보면 안쓰럽다.

    하지만 "웃자,얼굴의 주름살 신경쓰지 말고…. 누구도 내 주름살을 흉보지 못할 만큼 세상 살아온 연륜과 지혜를 풍길 수 있도록 자신을 완성시키자." 이렇게 말해도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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