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일색이었던 콘크리트가 최근 들어 눈부시게 '진화'를 거듭하면서 칙칙하다는 기존 이미지를 버릴 수 있게 됐다.
온도와 빛의 세기에 따라 색이 변하는 '컬러 콘크리트',잔디가 살 수 있는 '식생용 콘크리트' 등 신개념 콘크리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콘크리트의 재발견
아주그룹 산하 아주산업기술연구소(소장 윤기원)는 최근 온도 변화나 빛의 세기에 따라 색이 변하는 '컬러 콘크리트'를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백색 시멘트에 감온색소가 들어 있는 '감온 마이크로 캡슐'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해 이 같은 콘크리트를 개발한 것.감온색소는 온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특징을 갖는데 이 색소가 외부 환경에 무척 민감하기 때문에 보호막을 씌운 후 콘크리트에 섞은 것이다. 감온색소의 원리는 맥주병이나 소주병 등에서 안 보이던 마크가 특정 온도에 이르면 나타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크리트는 섭씨 10,20,30,40도 등을 기준으로 색이 변하도록 설계됐다. 온도에 따라 색의 진함과 묽음이 변하는 것은 물론 노란색에서 분홍색으로 바뀌는 등 전혀 다른 색으로 전환될 수 있다.
윤기원 소장은 "한강 다리에 설치된 색색의 조명을 보면서 이 같은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이 시멘트를 활용하면 추운 겨울에는 건축물이 따뜻한 붉은색을 내게 하고,여름철에는 녹색이나 청색 같은 시원한 계통의 색을 띠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감광색소를 사용할 경우에는 빛의 양에 따라 색이 변하기 때문에 주·야간으로 색이 변하는 건축물을 제작할 수 있다.
이 연구소는 잔디가 자랄 수 있게 한 식생 콘크리트도 함께 개발했다. 일반 콘크리트와 달리 식생 콘크리트에는 모래가 들어가지 않는다.
모래가 빠진 콘크리트는 강정과 같은 형태의 구조물이다. 수많은 공극(구멍)에 흙을 채워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콘크리트의 강도가 요구되면서도 미관상 잔디와 같은 식물이 필요한 도로의 경사면 같은 곳에 활용할 수 있다.
◆'새집증후군'도 콘크리트가 해결
실용화 시기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공기청정 콘크리트'. 신축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HCHO)나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s) 등의 유해물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도 공기청정 콘크리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주산업기술연구소는 활성탄(숯)과 인산티타늄을 활용했다. 우선 활성탄의 미세구멍들은 공기 중의 유해물질을 흡착하는 기능을 하고,인산티타늄은 빨아들인 유해물질을 분해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에서 활성탄과 인산티타늄을 혼합한 콘크리트로 실험한 결과 두 시간 만에 공기 중의 포름알데히드가 8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온색소의 원가 부담이 커 일반 콘크리트보다 10여배 비싼 컬러 콘크리트와는 달리 공기청정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와 10% 정도밖에 가격차가 나지 않아 시장 진입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이 연구소는 조만간 롯데건설에서 시공하는 신축 아파트에 이 콘크리트를 시험 적용할 계획이다.
윤 소장은 "195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콘크리트는 지금까지 강도 측면에서는 20배 이상 발전했으나 미적·기능적 측면에서는 50년 전과 변한 것이 없는 상태"라며 "지금까지 구조재로만 인식돼왔지만 콘크리트도 우수한 미적 재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