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화를 예술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녀노소가 맛있게 먹는 자장면 같은 요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5·18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 말이죠.그러자면 영화적 흥미와 상상력으로 관객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

지난해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로 72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서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지훈 감독(사진)이 대박의 비결을 공개했다. 최근 문화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대박 콘텐츠의 비결' 특강 시리즈에서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에만 초점을 두면 진지하고 무거워져 관객들과 멀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가족애와 형제애,남녀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갔습니다. 관객 자신의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죠."

김 감독은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웃음 코드,정서적 기대 충족,상징적 공간 설정 등 세부적인 묘사에도 고심했다. 우선 비극의 역사인 만큼 그 반대편에 있는 웃음이 필요했다.

"김영랑 시인의 말처럼 '찬란한 슬픔'이 되려면 웃음을 넣어줘야 했습니다. 웃음은 때로는 슬픔을 극대화시켜줍니다. 그래서 택시기사 임봉과 손님 용대란 캐릭터를 설정했습니다. 그들은 사건의 진행을 이끌면서 맛깔스러운 대사로 매 순간 웃음을 전달합니다. "

해피엔딩을 바라는 관객들의 요구도 반영했다. 사랑하는 두 연인 민우(김상경)와 신애(이요원)는 비극적인 현실에서 결국 헤어지지만 영혼결혼식으로 행복을 이룬다. 민우와 신애가 헤어지는 마지막 터널 장면에서는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시켰다. 출구와 입구를 지닌 터널은 두 인물의 미래를 적절하게 암시했다. 김상경은 역사적 공간으로 나아갔고,이요원은 개인적인 삶을 선택했다.

"대중영화의 꽃은 소통입니다. 창작자는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발해야 합니다. 저도 근거리와 원거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망원경처럼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 이번 특강 시리즈에서는 김 감독에 이어 드라마 '뉴하트'의 박홍균 PD(26일),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김지운 감독(28일)이 강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