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 학장인 A씨(50)는 하루 한갑씩 20년간 담배를 피워왔고 고혈압으로 7년 전부터 두가지 약물을 복용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걸러 혈압이 원활하게 조절되지 않았다. 이렇다할 불편없이 건강하게 지내다가 지난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연례 정기검진을 받은 지 3년 만에 복부초음파 검사 결과 좌측 신장에서 3.5㎝ 직경의 신장암(신세포암)이 발견됐다. 초기인 1기라서 수술로 완치됐고 재발되지 않아 정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자영업자인 B씨(49)는 5년 전까지는 매년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으나 퇴직 후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바빠서 검진할 틈이 없었다. 하루 한갑씩 15년간 담배를 피워오다가 3년 전 끊었으나 갑자기 혈뇨가 나왔다. 처음엔 무시하다 몸이 하도 피곤해서 정밀검진을 받았다. 초음파에서 좌측 신장에 무려 직경 12㎝의 신장암이 확인됐다. 3기로 진단받고 신장과 그 주위에 침범한 조직을 모두 절제했으나 6개월 만에 기침이 심해졌다. 재검사해보니 암이 폐로 전이됐고 항암제 및 면역치료를 받다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4개월 만에 사망했다.


신장암의 대부분은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 실질세포에 발생하는 신세포암이다. 미국에서는 성인암의 약 3%를 차지하며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20만8000명이 걸리고 이 중 10만2000명이 사망하고 있다. 국내서도 전체 암의 1.6%를 차지하면서 매년 늘고 있다. 40∼60대에서 흔히 발병하며 남성은 여성보다 2배 정도 많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는 1587명의 신장암 환자가 발생해 11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신세포암은 크기가 작을 때 증상이 거의 없고 종양이 상당히 커져서 압박할 정도가 돼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므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처음 진단될 때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종양이 7㎝까지 자랐으나 전혀 증상이 없다가 정기검진에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혈뇨이지만 이것도 환자의 60%에서만 나타나고 오히려 암이 전이된 부위에서 일으키는 호흡곤란 기침 두통 등의 증상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다가 신세포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3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전체 신세포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3.9%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4기 신세포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3%로 수술 외에 적절한 치료법이 없어 치료전망이 매우 어둡다.

초기 신장암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 반면 진행된 암에는 방사선치료나 항암제요법,호르몬요법을 쓰나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면역치료(인터페론 인터루킨 등)마저도 전체 반응률이 15∼20%에 불과해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기진단이 더욱 중요한데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아무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중 우연히 신세포암이 발견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이런 경우는 주로 초기암이라서 완치율도 높고 이후에 보다 좋은 치료경과를 보이는 추세다. 신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40대 이후 복부 초음파검사를 받거나 CT를 찍어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신세포암의 위험이 높은 흡연자나 고혈압 환자가 그 대상이다.

흡연은 적게는 30%,많게는 2배 정도 신세포암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장기간에 걸친 과도한 흡연을 한 남성은 더욱 그렇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에서 신장암으로 진단된 환자 중 남자가 80%,흡연자가 60%를 차지한 게 이를 말해준다. 신장암 발생 위험도는 흡연량 및 흡연기간과 비례해 증가했고 금연하면 위험도가 점진적으로 낮아졌다. 적절히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도 신세포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키고 비만 또한 정도가 심할수록 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은 적게,과일과 채소는 많이 섭취하는 게 신세포암 예방에 유익하다. 이 밖에 다낭신과 같은 신장기형을 가졌거나,장기간 투석을 받았거나,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도움말=허남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장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