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입찰에 불참키로 결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 진출 보다는 기존 인프라구축 지원사업 분야의 핵심 부품소재 및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키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두산은 이런 판단에 따라 대형 덤프트럭 생산 업체인 노르웨이의 목시 엔지니어링사(社)를 최근 5500만유로(약 853억원)를 들여 인수했다고 밝혔다.

◆자금조달 부담감으로 포기

업계에서는 두산의 대우조선 인수 포기가 은행권의 대기업 M&A(인수ㆍ합병) 자금 대출을 억제키로 한 최근 정부 방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M&A 자금 유치를 위해 무분별하게 풋백옵션을 제시하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대거 외부 차입금을 조달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해온 두산으로서는 대우조선 M&A를 눈앞에 두고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 안팎의 분석이다.

두산의 내부적인 문제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산은 지난해 49억달러를 들여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중장비 사업부문인 '밥캣'을 인수했다. 이 중 대부분이 외부 차입금이어서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다. 최근 금리 상승 추세에 따라 늘어난 이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호아시아나가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한 대형 M&A 이후,바이백 조항(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일 때 되사주는 조건) 등으로 인해 인수 후 재무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 사례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말리는 3파전 점화

두산이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앞으로 대우조선 인수전은 포스코,한화그룹,GS그룹의 3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STX그룹도 대우조선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노르웨이 아커야즈사(社)의 경영권 장악을 위해 7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추가 M&A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GS는 대우조선 인수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고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직접 대우조선 인수 추진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대우조선이 조선업 호황 속에 연매출 8조원에 영업이익 3000억원을 거두고 있는 점이 인수 후보기업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이유다.

이들 3사는 대우조선 인수자금 조달에는 아무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는 부채 비율이 24%에 불과하고 가용시재가 6조원,이익잉여금이 20조원을 넘어 대우조선해양을 자체 자금만으로도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GS그룹은 2005년 출범 직후부터 대우조선해양인수 전담팀을 구성,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는 등 인수자금 조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한화는 "2002년 대한생명 인수 이후 대규모 M&A에 참여하지 않고 상당한 자금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