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에 놓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1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현재 내가 처한 상황 등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고 정치적 동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사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나의 미래를 국민의 손에 맡긴다"고 말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하자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파키스탄 민간 정부를 강력히 지지한다며 새 정부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임 이후에도 파키스탄과 대테러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사임함에 따라 1999년 10월 무혈 쿠데타로 시작된 8년10개월간의 철권통치는 막을 내리게 됐다. 군 참모총장을 역임한 무샤라프는 집권 이후 미국의 대태러 전쟁의 핵심 동맹국가 역할을 하며 미국의 지지 속에 독재에 가까운 권력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판사 등 수천명을 감금해 엄청난 국내외 저항을 받으며 위기에 내몰렸고,올 2월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최대 정치 위기를 맞았다.

결국 지난 16일에는 파키스탄 집권 연정이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탄핵 절차 개시 전에 사임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고,이에 무샤라프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임기를 4년여 남겨둔 무샤라프가 사임함에 따라 차기 대통령직의 향배도 관심사다. 당분간 파키스탄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은 무하마드 미안 숨로 상원의장이 임시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는 샤리프 전 총리가 새로운 대통령에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