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C방송이 남녀의 행복도를 조사했더니 남자는 나이 들수록 지수가 올라간 반면 여성은 내려갔다고 한다. 남자는 나이 들면서 여유로워지는데 여자는 거침 없던 20대가 지나면 소외감과 불안에 시달려 그렇다는 분석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자는 보수적,여자는 진보적으로 된다는 보고도 있다.

다른 내용같지만 살펴보면 맥락은 같다. 남자의 나이는 경험과 관록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데 비해 여자의 나이는 아름다움과 매력 상실의 표시로 받아들여짐으로써 나이든 여성을 힘겹게 한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연예계와 스포츠에서 특히 심했다. 서른살도 많다던 게 그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움직이는 법.나이는 더 이상 주홍글씨가 아니다. 30∼40대 아줌마 배우들이 각종 멜로물의 주연을 맡는가 하면 아줌마 운동선수도 늘어난다. '우생순'의 주인공인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대표적이거니와 베이징 올림픽에선 세계 각국의 엄마 선수들이 맹활약,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여자 마라톤 우승자인 루마니아의 콘스탄티나 토메스쿠는 38세로 열세살짜리 아들의 엄마고,미국 수영선수 다라 토레스는 41세로 은메달 3개를 거머줬다. 25세에 은퇴했다 33세에 복귀,메달을 따고 다시 은퇴했다 돌아온 토레스의 투혼은 세월의 무게에 짓눌리는 이들을 일으켜세우고도 남는다.

체조 뜀틀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독일의 옥산나 추소비티나와 펜싱 플뢰레 3연패를 달성한 이탈리아의 발렌티나 베잘리,유도 52kg급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샨동메이 역시 30대 엄마 선수들이다. 하나같이 젊은층의 전유물이라는 엄청난 체력과 유연성,무서운 훈련을 요하는 종목의 주자들이다.

토메스쿠는 경험 덕을 봤다고 털어놓고 추소비티나는 4년 뒤에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뛰겠다고 했다는 보도다. 아줌마 선수들의 기록은 나이가 노련함과 지혜를 더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편견과 선입견을 깨는 이들의 약진이 스포츠는 물론 국내 모든 부문 여성들의 실질 정년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