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취덕(全聚德)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144년 역사의 중국 오리구이 전문점 취안쥐더가 이르면 내년 한국에 진출한다. 취안쥐더는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세계화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장쥔셴 취안쥐더그룹 회장(동사장)은 19일 베이징 허핑먼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 가능한 한 빨리 취안쥐더를 열 생각"이라며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몇 개 기업과 합작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합작 기업에 대해선 한국뿐 아니라 중국 본사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이선스 방식으로 홍콩과 일본 호주에 점포를 세웠지만 품질 관리가 안 돼 진정한 맛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화를 본격 추진하는 마당에 해외 진출 방식도 합작 형태로 전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 본점에서 제공하는 똑같은 맛과 서비스를 한국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취안쥐더는 지난해 선전 증시에 상장한 데 이어 홍콩 증시와 미국 나스닥 상장도 추진할 방침이다.

취안쥐더는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전통 문화 글로벌화의 첨병이다. 청나라 말인 1864년 베이징 쳰먼 시장에서 닭과 오리를 팔던 장사꾼 양취안런이 오리 요리집을 연 게 시초였다. 그의 5대손이 경영에 일부 관여하고 있지만 문화 혁명 등을 거치며 국영 기업으로 전환됐다. 연간 매출은 10억위안(1500억원)을 넘는다.

작년에 소비한 오리는 500만마리를 웃돈다. 베이징의 1개 점포에서 하루 평균 1000마리의 오리가 식탁에 올라간다. 2000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허핑먼점을 비롯 베이징에 10곳,중국 전체로는 80개의 체인점을 운영 중이다. 2003년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가 발생했을때 하루 손님이 3~5명밖에 안 되는데도 문을 여는 등 144년 동안 하루도 주방의 불이 꺼지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취안쥐더의 오리구이 방식은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중국 정부는 2005년 베이징취안쥐더라는 회사 이름에서 베이징을 뺐다. 취안쥐더는 베이징이 아닌 중국의 브랜드란 뜻이다. 동시에 △청나라 궁정요리 전문점 팡샨 △80년 역사의 산둥지역 해산물 요리 전문점인 펑쩌위안 △50년 역사의 쓰촨반점 등 3개 전통 브랜드를 인수했다. 본격적인 전통 문화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장 회장은 "취안쥐더 그룹은 고가에서부터 대중화된 음식까지 다양한 수준의 음식을 세계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표준화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KFC가 똑같은 음식을 전 세계에서 공급하는 것을 보고 오리구이도 조리를 표준화한다면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베이징시 공무원 출신으로 1993년 취안쥐더에 들어와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취안쥐더의 브랜드 가치는 106억위안(약 1조2000억원)에 이르고 세계 38개국에 상표 등록이 돼 있지만 중국의 문화와 맛을 전파하는 진정한 세계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