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승마 밀러 첫 메달 "4년뒤 또 봐요"
67세 日 히로시 마장마술 '최고령'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환갑을 넘은 노선수가 '8전9기' 끝에 올림픽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 캐나다 승마 선수 이안 밀러(61·사진)다. 그는 18일 밤(한국시간) 홍콩 샤틴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승마 장애물비월 경기 단체전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다.

캐나다는 이날 1,2라운드 합계 벌점 20으로 미국과 동점이 돼 재경기(점프오프)를 치렀다. 재경기에서는 캐나다의 첫 번째 출전 선수 질 헨셀우드가 벌점 4를 받은 반면 미국 선수 세 명은 모두 무벌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결국 캐나다에서 마지막으로 나설 예정이었던 밀러는 재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그 가치는 금메달에 못지 않았다. 아홉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밀러에게는 감격스러운 첫 메달이었기 때문이다. '캡틴 캐나다'로 불리는 밀러는 이번 대회 출전으로 요트의 후베르트 라우다슐(오스트리아)이 갖고 있는 역대 하계올림픽 개인 통산 최다 출전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1972년 뮌헨 대회에서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밀러는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서방 국가들이 참가하지 않은 1980년 모스크바 대회를 제외하고 36년 동안 올림픽과 인연을 이어왔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단체전 9위,2004년 아테네 대회 개인전 22위를 기록한 밀러는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도 3차 예선까지 벌점 합계 8로 공동 8위에 올라 21일 열릴 결선에 나선다. 밀러는 이미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참가 의사를 밝혀 그의 노장 투혼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올림픽에는 밀러처럼 '노익장'을 과시하는 고령 선수들이 적지 않다. 최고령 출전자인 67세의 승마 선수 호케쓰 히로시(일본)는 마장마술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개인전은 35위,단체전은 10위로 밀렸지만 44년 만에 다시 참가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는 22세였던 1964년 도쿄 대회에 참가한 이후 1984년 LA 대회에선 후보였고 1988년 서울 대회에는 출전자격을 얻고도 말 검역 문제로 불참했다.

이순(耳順)을 앞둔 여성 선수들도 있다. 전직 경찰인 엘리자베스 칼라한(56·미국)은 13일 베이징 사격관에서 열린 여자 25m 권총 본선에 출전해 참가한 41명 선수 중 25위를 했다. 1992년,1996년,2004년에 이어 개인 통산 네 번째 올림픽에 나선 그는 비록 입상에 실패했지만 이번 출전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여성 올림픽 출전 선수 최고령 기록에 4년을 추가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