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W를 '강남 젊은이들만의 호텔'로 알고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풍부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즉 문화를 즐길 줄 아는 40~50대를 위한 공간이죠."

국내 유일의 6성급 호텔로 불리는 W호텔(서울 광장동)의 닉 히스 총지배인(42)은 호텔 창립 4주년(20일)을 맞아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외국과 다르게 특정공간을 점하는 연령층이 뚜렷이 구분되는 게 특징"이라며 "20대부터 50대까지 즐길 수 있도록 본격 리노베이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W호텔은 해외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묵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진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스콜피온스가 W호텔을 찾았고 올 5월엔 듀란듀란도 묵고 갔다. "물론 젊다고 해서 문화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20대인 비욘세나 아길레라가 호텔 구석구석을 돌며 즐겼죠.하지만 요리뿐 아니라 W의 분위기,패션,커뮤니티 등도 중요한 문화적 요소입니다. 듀란듀란과 스콜피온스는 50대임에도 여유롭게 식사하고 음악을 들으며 여러 사람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눠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죠."

W호텔은 경제력 있는 국내 40~50대를 겨냥해 연말까지 '우바(WooBar)'와 레스토랑 '키친'에 프라이빗룸을 만들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히스 총지배인은 "객실 이용률은 내ㆍ외국인이 절반씩이고 식음료 부문은 80%가 내국인"이라며 "W가 한국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중 일부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히스 총지배인은 영국 출신의 호텔 전문 경영인. 방콕 자카르타 타이베이 등의 유명호텔 총지배인을 지내는 등 아시아에서만 17년을 근무한 '아시아통'이다. W호텔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로 그는 "딱딱한 규정이 없는 게 매력"이라고 밝혔다.

W호텔은 설립단계부터 호텔처럼 보이지 않게끔 디자인했다. 단순히 '자고 일어나 밥 먹고 나가는' 숙박업소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모든 직원이 영어 이름을 쓰는 것도 일종의 배우가 돼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또 새로움과 럭셔리를 강조하다 보니 숙박비는 물론 레스토랑, 바, 패키지 요금이 다른 호텔에 비해 비싼 편이다.

"W하면 떠올리는 '쿨코너룸'은 하루 숙박료가 40만원대여서 다른 호텔에 비해 20~30% 비싸죠.하지만 방 전체가 빨간색과 흰색으로 꾸며져 있고 라운드 베드가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즐길 만한 가치가 있다면 가격은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로비에 있는 '우바'는 호텔 문을 들어서는 순간 입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이 1층 전체에 울리죠."

1998년 뉴욕에 처음 들어선 W호텔은 10년 만에 전세계 7개국에 23개 호텔을 열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히스 총지배인은 "W의 이런 전략이 먹혀들어 스타우드그룹(웨스틴,셰라톤 등을 운영하는 호텔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자 메리어트와 하얏트호텔 체인도 비슷한 컨셉트의 호텔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에 온 지 1년반 된 히스 총지배인은 한국을 '맛있는 음식의 나라'라고 극찬했다. 갈비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그는 식도락 탓에 몸이 10㎏ 이상 불었단다. "지난주에 흑염소탕을 먹었습니다. 맛도 좋고 지친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훌륭한 요리였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키친'의 메뉴에 비빔밥과 횡성한우 스테이크를 추가했는데 인기가 좋습니다. 여기에 흑염소탕도 메뉴에 넣을까 고려 중입니다(웃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