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 물가관리 목표의 기준을 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근원인플레이션율로 자동 대체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주장하고 나섰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석유류와 농산물 등 가격이 급변하는 품목들을 제외해 산출하는 물가'로 변동성이 적은 만큼 통화정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또 향후 환율정책은 실질실효환율 안정에 맞춰져야 하며,단기외채 축소와 적정 외환보유액 유지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남상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KDI 주최로 열리는 '대한민국 경제 60년 학술세미나'에 앞서 19일 배포한 주제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남 교수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성장잠재력 약화'를 꼽았다. 그는 "우리 경제는 지난 5년간 평균 4.4% 성장하는데 그쳤고 고정투자 증가는 연 3.2%에 그쳤다"며 "성장요인분석에 따른 향후 10년의 잠재성장률도 4~5%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과 법질서 확립,산업생산성 제고,신산업 육성뿐 아니라 거시정책의 안정적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 정책과 관련해서는 "물가안정 목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공급측면의 충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즉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율을 상당기간 초과할 경우 그 괴리가 현저하게 줄어들 때까지 목표대상 지표를 근원인플레로 자동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3±0.5%)를 크게 초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를 제외한 상품'들로만 물가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단기적으로는 환율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물가안정목표제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환율은 과거 우리 거시경제의 흐름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변수였던 만큼 안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실질실효환율의 안정과 구조적 수출경쟁력 추이에 반하는 외환시장 개입은 최소한으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단기외채에 대한 외환보유액 비율이 2004년 말 3.5배에서 2007년 말 1.6배로 하락하는 등 단기외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단기외채 증가 억제와 적정 외환보유액 유지를 주문했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건전재정 유지'를 제1의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건전 재정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거시경제의 안정을 지키는 데 중요한 변수"라며 "고령화 시대와 통일에 대비한 재정능력 제고,정치적인 감세 압력 등을 감안해 향후 상당기간 동안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