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신용위기 재부각과 중국 증시 약세라는 외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저앉았다. 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는 호재에는 둔감해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증시 일각에선 반등을 위한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인 만큼 추가 하락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순의 연중 저점 때에 비해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들어 코스피지수 1500선은 방어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중 1530선도 깨져

19일 코스피지수는 26.30포인트(1.68%) 내린 1541.41에 장을 마쳐 이틀째 하락했다. 전날 미국 증시가 다시 부각된 신용경색 우려로 인해 떨어졌다는 소식에 약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중국 증시가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보이자 장초반 1528선까지 밀리며 지난달 18일 이후 처음으로 1530선을 내주기도 했다.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대거 팔아치운 것도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666억원을 순매도했고 지수선물도 6513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 주가 회복의 기대를 갖게 했지만 이날은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대규모 순매도를 보여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날 기관은 나흘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순매수 규모가 1137억원에 그쳐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펀드 환매에 대비해 현금 비중을 높게 유지하려는 탓에 소극적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외부 악재에 휘둘리는 장세가 연출되면서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3조3961억원으로 이틀째 감소했다.

◆1500선 방어 관심

신용위기 우려가 더욱 확대되고 중국 증시 약세가 지속된다면 1500선 방어마저 힘들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1500선은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고유가가 진정세로 돌아선 것이 무시할 수 없는 호재라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가 시차를 두고 확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문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연중 저점이던 지난달 중순엔 증시 주변 환경이 최악이었지만 유가가 배럴당 145달러에서 11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은 분명한 호재"라며 "신용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사안이므로 1500선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중국 증시가 상승 마감한 것도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이머징마켓팀장은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은행주들이 '깜짝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어서 중국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당분간 지수는 1500대의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둔화가 아직까지는 진행형이기 때문에 박스권의 상향 돌파는 4분기 실적 개선 조짐이 나타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