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잇달아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KB금융지주 출범에 청신호가 커졌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KB금융지주 사무실을 서울 명동 사옥에 마련키로 하고 향후 인수·합병(M&A) 밑그림을 그리는 등 지주사 전환 이후를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9일 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 미국 증시 하락 여파로 26.30포인트(1.68%) 내렸지만 국민은행 주가는 6만800원으로 보합에 마감했다. 국민은행 주가는 매수청구권 행사가격 6만3293원에 비해 3.9%(2493원) 낮은 수준에 불과해 이 가격대가 유지되면 오는 25일 주총에서 지주 체제 전환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8일부터 1조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만큼 주가 하락을 방어할 자신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주주들 상당수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26일부터 9월4일까지 매수청구권 행사 주식도 지주 전환의 전제조건인 15%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까지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반대한 기관투자가는 신한지주 계열의 신한BNP파리바와 SH자산운용,흥국투신운용 등에 불과하며 대다수 기관투자가들은 찬성했다. 5%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22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은행은 국민연금이 대표적 장기 투자자인만큼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한때 주가가 5만2000원을 밑돌아 지주사 전환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었는데 이처럼 분위기가 바뀐 것은 황영기 회장 내정자와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발로 뛴 덕분으로 풀이되고 있다. 황 내정자와 강 행장은 이달 들어 함께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외국인 주주들을 만나 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국내에서도 기관투자가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 내정자와 강 행장은 "국내외 주주 대부분이 국민은행의 장기 성장을 위해 지주 체제 전환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매수청구권도 행사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주 전환을 확신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의 사무실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이 아닌 명동 사옥에 마련키로 했다. 이로써 황 내정자와 강 행장은 다른 곳에서 근무하게 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