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여섯 살 동갑내기 오영란(벽산건설)과 오성옥(히포방크) 등 '고참들'의 노련함이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9일 오후 베이징 올림픽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펼쳐진 여자 핸드볼 8강전에서 중국을 31-23으로 누르고 '금빛 우생순'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경기의 숨은 주역은 수문장 오영란이었다. 그가 막아 낸 슈팅만 무려 19개.중국이 던진 39개 슈팅 가운데 절반 가까이 막아 낸 셈이다. 중국은 결정적인 슈팅 기회가 잇따라 무산되자 맥이 빠져 버렸고 한국 선수들은 힘을 얻어 중국팀 골문을 무차별 난타했다.
오성옥도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했다. 3-2-1 수비의 맨 앞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패스를 차단하거나 무디게 했고 공격에서는 위기의 순간마다 한 방씩 터뜨리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전반 8분 3-2로 앞선 상황에서 외곽 제자리 슈팅을 네트에 꽂으며 6-2로 크게 달아나는 발판을 만들었고 후반 10분 18-16,2점 차로 쫓기자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득점포를 터뜨려 한국이 23-16으로 앞서 가도록 이끌었다.
이날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문필희(벽산건설)의 돌파 슈팅으로 첫 득점에 성공한 한국은 전반 8분 3―2에서 오성옥과 박정희(벽산건설)가 3골을 몰아치며 6―2로 점수 차를 벌렸지만 중국이 금방 6―4로 추격해 왔다. 한국은 13분부터 허순영(오르후스)과 문필희가 다시 3골을 합작해 9―4로 앞서 나갔고 24분에는 허순영의 가로채기에 이은 문필희의 속공으로 14―8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한국은 전반 막판 박정희의 측면 돌파로 16―12,4점 차로 앞선 채 후반을 맞았지만 중국은 맹추격해 왔다. 한국의 공격 반칙이 잇따라 공격권이 중국에 계속 넘어갔고 후반 8분 중국의 센터백 왕샤샤에게 외곽포를 얻어맞으며 18―16,2점 차로 쫓겼다.
한국팀 '고참들'의 노련함이 빛을 발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한국은 후반 10분 오성옥이 기습적인 외곽 제자리 슈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박정희와 문필희가 2골씩을 몰아치며 23―16,7점 차로 순식간에 달아나면서 승리를 굳혔다.
오영란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강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만만하게 보이면 계속 덤비게 마련이다. 그런 각오로 비디오 분석 등 준비를 철저하게 한 결과 많이 막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성옥은 "경기를 많이 해 봤기 때문에 중국팀을 잘 알고 있었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한국은 21일 오후 7시(한국시간) 스웨덴을 31-24로 꺾고 4강에 오른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