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입차 시장은 초창기엔 럭셔리 브랜드에 의해 성장해 왔지만,최근 들어 대중 수입차의 수요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수입차 브랜드의 다양한 모델이 속속 도입되면서 개성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는 추세죠."

치기라 타이조 한국도요타자동차 사장(52)은 내년 10월께 도요타 브랜드로 세계적 베스트셀링 중형차인 캠리와 하이브리드카 전용 모델 프리우스,소형 SUV 라브4 등 대중차 모델들을 들여오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도요타는 2001년 럭셔리카 브랜드인 렉서스를 통해 한국에 진출했으나 그동안 대중차 모델은 도입하지 않았다. 현재 렉서스와 별도로 도요타 모델을 판매할 딜러망을 구축 중이며 초기 판매 목표는 월 500대로 잡고 있다.

치기라 사장은 "시장 변화에 맞춰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도요타의 고품질 대중차를 한국시장에 제공해 고객 요구에 부응하면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와 기아라는 자체 메이커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소비자들의 자동차에 대한 안목과 기대 수준이 매우 높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해외시장과 차별화되는 점이죠.도요타는 '더 나은 가치'의 핵심을 환경성과 주행 성능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프리우스를 도입해 친환경차 기술 및 가치를 알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치기라 사장은 '요즘 렉서스 판매가 예전만 못하다'는 질문에 곧바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입 대중차들이 많이 팔려서 그렇지,럭셔리카 시장만 놓고 보면 수요가 꾸준합니다. 그리고 한국도요타의 목표는 단기적인 실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해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를 위해 더 좋은 품질의 차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지만 환율 변동 등의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품질이 개선된 차를 종전과 같은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고객 만족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고객서비스 품질 향상을 통해 최고의 고객 만족을 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한국도요타는 치기라 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6년 서울 성수동에 당시로선 수입차 최대 규모인 '렉서스교육센터'를 개관해 서비스 인력을 양성했고 현재까지 과정을 수료한 3000명 가까운 인력이 전국 딜러망에서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도요타는 전국 딜러와 함께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분야도 장학사업에서부터 문화예술 지원,무료급식 등 자원봉사활동,환경 및 교통안전사업,암 연구기금 조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는 게 환경사업이다. 2년 전부터 전국 9개 지역 초등학교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열고 있는 렉서스 환경학교는 지금까지 1만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체험교육을 실시하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 생활 2년7개월을 넘긴 치기라 사장은 취임 이후 열린 모든 공식 행사에서 한국말로 연설하고 있다. 보다 빨리 현지문화를 체득하고 효율적으로 상호 소통하려면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선 한국어를 써야 한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라는 게 직원들의 귀띔이다. 거의 매일 아침에 회화 과외를 받을 정도로 공부에 열심이어서 웬만한 일상 대화는 한국어로 가능하다.

취미는 운동.웬만해선 아침운동을 거르지 않는 편이다. 야구를 좋아하고 스키도 강사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전문가급이다. 상당한 장타를 자랑하는 골프는 핸디캡 10 정도.가족을 일본에 두고와 혼자 생활하고 있지만,아직 올 여름휴가는 가지 못했다. 챙겨야 할 일이 많은데다 한국을 찾는 손님이 많아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다고 그는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