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사기 위해 최근 경기도의 한 매매조합을 찾은 회사원 이은상씨(38).매매상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란 점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는 매매상 4~5곳을 접촉한 끝에 2002년형 기아차 '옵티마'(주행거리 12만㎞)를 720만원에 매입했다.

이씨는 "최종 계약과정에서 20만원을 더 깎았지만,비싸게 주고 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중고차를 구매하면서 불안해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주먹구구식 가격책정과 불확실한 품질보증이 불안을 촉발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앞으로 중고차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투명해질 전망이다. 차량 정밀진단 서비스와 1~2년 품질보증을 보장하는 업체들이 잇따라 생기고,상대적으로 정보공개가 투명한 온라인 중고차 쇼핑몰도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SK·GS,중고차 매매업 진출

SK엔카와 SK네트웍스가 각각 수리보증 서비스를 내세우며 오프라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넥스테이션도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가고 있는 양상이다.

SK엔카는 2000년 대기업으로는 처음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리보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고차 매입 후 3개월,5000㎞까지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현재 2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SK네트웍스는 올 6월부터 '2년,4만㎞'로 보증기간을 늘린 서비스를 선보였다. 3~5년인 신차 품질보증 기간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보증기간 내 차량수리가 24시간을 초과하면 무상으로 동급 렌터카를 빌려준다.

GS넥스테이션은 이 달 초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중고차사업 브랜드 직영점을 열었다. 4636㎡ 규모의 단독매장으로,12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다. 커피숍과 포토존,놀이방,전시공간 등도 갖췄다. 차량진단은 물론 가격표시제를 도입한 게 특징이다. 방문고객을 위해 근처 역까지 픽업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고차 백화점도 선보여

대형 중고차 백화점도 등장했다. 오토맥스는 최근 경기도 부천 상동에서 지상 7층 규모의 중고차 매장을 개장했다. 국내 최대 규모로,총 3500여대가 한꺼번에 주차할 수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는 물론 화물차,승합차까지 종류별로 전시하고 있다. 매매 및 할부금융,보험,세무,차량정비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보험사와 연계해 최대 2년,4만㎞까지 품질보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동제 오토맥스 전무는 "고객편의를 위해 중고차를 차종별로 따로 구성해놓은 점이 특징"이라며 "건물 입구에서부터 호텔 분위기를 풍기는 등 종전 매매조합과 차별화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물류회사인 글로비스는 다음 달 2일 경기도 시흥 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중고차 경매장을 연다. 2003년 경기도 분당에 첫 번째 경매장을 연 데 이어 두 번째다.

수입 중고차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크라이슬러,BMW,푸조,포드 등이 중고차사업에 뛰어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온라인 매장도 확대

현대캐피탈과 GS넥스테이션은 작년 말 온라인 중고차 쇼핑몰사업에 진출,사업을 넓히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오토인사이드(www.autoinside.co.kr),GS넥스테이션은 GS카넷(www.gscarnet.com)을 통해서다. SK엔카(www.encar.com)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매물을 확보했다는 점을 앞세워 중고수입차 등으로 영역을 확대 중이다.

다원씨앤티는 지난달 문을 연 온라인 쇼핑몰 카멤버스(www.carmembers.co.kr)에서 국내 최초로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했다. 고객이 차량을 인도받을 때까지 은행이 결제대금을 일시 보관하는 시스템이어서 안전성을 대폭 강화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중고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 상거래가 늘면서 허위매물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 거짓으로 싼 매물을 띄워놓은 후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하면 더 비싼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 매물 가운데 최소 10%는 허위매물일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 185만대(약 14조원) 규모인 국내 중고차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허위매물을 뿌리뽑는 등의 시장투명화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