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순간연비 표시장치,휠 내비게이터,고농도 산소발생기….

'자동차 마니아'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 교수(47)가 자신의 차에 직접 설치한 각종 첨단장치다. 지난 14일 서울 잠실동 카트체험장에서 만난 김 교수는 자신의 '애마'인 1996년식 현대차 다이너스티를 몰고 나타났다. 그의 차에는 룸미러 뒤쪽에 작은 상자가 달려있었다. 차량용 블랙박스로,사고가 났을 때 원인을 정확하게 가려주는 장치다. 차내 대화도 모두 녹음된다.

운전대 옆으로는 순간 연비를 보여주는 에코 드라이빙 장치가 설치돼 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도 붉은색이 강해졌다. 운전대 중앙에는 바퀴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휠내비게이터가 장착됐다. 좌석엔 고농도 산소발생기가 부착돼 있었다. 김 교수는 "산소발생기가 있으면 차 안에서 창문을 닫고 자더라도 산소 부족을 겪을 일이 없다"며 "차를 워낙 좋아해 다이너스티와 마쓰다 MX-6,사브 9-5 에어로 등 10년 이상된 차량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차량 구입 때 필요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새 차를 살 때는 출시된 지 6개월 이후에 구입하는 게 좋다고 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초기에 신차를 내놓은 후 각종 오류를 조금씩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다.

연식변경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가을쯤 전(前) 모델을 구입하는 게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수입차의 경우 출고 후 1년 이상 지난 모델을 사야 가장 싸다.

김 교수는 "일반인들이 일생 동안 평균 3~4대의 차를 바꾼다는 점을 감안하면,새 차를 구입할 때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주변 의견을 많이 참고해야 한다"며 "구입 전엔 반드시 시승해봐야 자기 스타일에 맞는 지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중고차 예찬론을 폈다. 차를 처음 사는 사람이라면 출고된 지 2년 정도 지난 중고차(주행거리 약 1만5000㎞)를 구입할 것을 권했다.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경미한 사고를 당한 차량도 괜찮다고 했다. 그는 "중고차를 고를 때 너무 완벽한 차를 선택하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며 "중고차에 관심을 갖다보면 차를 고르는 재미와 절약하는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당사자 간 거래는 피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차를 오래 타기 위해선 소모품을 제때 갈아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젊을 때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처럼,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적기에 교체해줘야 차를 오래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연료절감 운전법에 대해 물어봤다. 급발진,급가속,급정지 등 '3급'을 줄여야 연료를 절감하고 사고까지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한 템포 느리게 운전하는 게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휠내비게이터 등 15개의 특허를 갖고 있고,'변해라,그래야 산다' 등 책 20여권을 저술했다. 현재 자동차문화포럼연합 총괄대표 및 에코드라이빙 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