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풍향계] 임포터를 섬기는 딜러? 딜러를 섬기는 임포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딜러를 섬기는 임포터?'
수입차업계는 국내에 차를 공급하는 임포터(수입사)와 그 차를 직접 파는 딜러(판매사)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의 임포터는 대부분 외국 자동차업체의 현지지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중적인 브랜드 중 푸조,미쓰비시,포르쉐,그리고 스포츠카나 슈퍼카,고급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벤틀리,람보르기니 등을 제외하고는 임포터가 모두 외국 자동차업체의 자회사인 셈이다.
수입차의 유통구조는 임포터가 차를 들여오면 딜러가 이를 사들여 일반 소비자에게 파는 방식이다. 즉 임포터의 고객은 딜러이고,일반 소비자는 딜러의 고객이다. 크게 보면 소비자들은 수입사에도 고객이 된다. 고객은 '왕'이라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존재다. 그렇다면 임포터에도 '딜러=고객=왕'이라는 등식이 성립할까.
임포터와 딜러 간 관계는 단순히 정리하기가 어렵다. 서로 이익을 놓고 맞물린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딜러가 차를 주문하고,부품을 사려고 해도 임포터가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딜러는 당해낼 수가 없다. 반면 임포터가 차를 아무리 많이 팔려고 해도 딜러가 협조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서로 대등한 입장임에도 지금까지 국내 수입차업계는 임포터가 지시하고,딜러는 순종하고 감수하는 형태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임포터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갑'으로 행세하고,딜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을'로 처신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 양측의 계약서를 보더라도 딜러에 불리한 조항들이 많다. 이런 문제로 도요타와 SK가 소송까지 벌였고,벤츠와 유진모터스가 지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임포터와 딜러 모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공통된 목표를 갖고는 있으나 입장이 너무 달라 어느 한쪽만을 편들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사안에 따라 옳고 그른 쪽이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임포터가 갑의 지위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외산차가 국내에 들어와 팔린 지 21년이 됐다. 그런데도 아직 신차 판매만으로 돈을 벌었다는 딜러는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전시장이나 정비공장을 짓기 위해 산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 이익을 봤다는 딜러들은 많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원칙을 적용한다면 딜러들은 수익을 내고 있으므로 을로 살아도 억울하진 않겠다. 그러나 딜러들이 차를 파는 일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장차 그 브랜드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땅값이 오르는 마당에 까다로운 손님들 비위나 맞추며 차 파는 일에 신경써야 할 이유가 없어서다.
요즘 임포터에 새로 취임한 CEO(최고경영자)들은 "딜러를 섬기겠다"고 말한다. "딜러를 고객처럼 떠받들고,그들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다소 가식적으로 들리지만 임포터의 CEO로서 정확히 현실을 파악한 발언임엔 분명하다. 임포터의 제1고객인 딜러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제2고객인 소비자의 만족도 역시 떨어질 게 자명해서다. 딜러가 부동산이 아니라 차를 사는 고객에게 열과 성을 쏟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임포터의 임무이기도 하다.
임포터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 중에선 "딜러를 섬기겠다"는 발언에 대해 "누구나 처음엔 그래"라고 비웃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나도 처음엔 그런 생각이었지만 딜러를 좀 접하고 나면 달라진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임포터와 딜러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비웃음을 들어야 할 쪽은 '갑'의 지위에 맛들여 누가 고객이고,그 고객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잊어버린 사람들일 것이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
수입차업계는 국내에 차를 공급하는 임포터(수입사)와 그 차를 직접 파는 딜러(판매사)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의 임포터는 대부분 외국 자동차업체의 현지지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중적인 브랜드 중 푸조,미쓰비시,포르쉐,그리고 스포츠카나 슈퍼카,고급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벤틀리,람보르기니 등을 제외하고는 임포터가 모두 외국 자동차업체의 자회사인 셈이다.
수입차의 유통구조는 임포터가 차를 들여오면 딜러가 이를 사들여 일반 소비자에게 파는 방식이다. 즉 임포터의 고객은 딜러이고,일반 소비자는 딜러의 고객이다. 크게 보면 소비자들은 수입사에도 고객이 된다. 고객은 '왕'이라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존재다. 그렇다면 임포터에도 '딜러=고객=왕'이라는 등식이 성립할까.
임포터와 딜러 간 관계는 단순히 정리하기가 어렵다. 서로 이익을 놓고 맞물린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딜러가 차를 주문하고,부품을 사려고 해도 임포터가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딜러는 당해낼 수가 없다. 반면 임포터가 차를 아무리 많이 팔려고 해도 딜러가 협조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서로 대등한 입장임에도 지금까지 국내 수입차업계는 임포터가 지시하고,딜러는 순종하고 감수하는 형태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임포터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갑'으로 행세하고,딜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을'로 처신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 양측의 계약서를 보더라도 딜러에 불리한 조항들이 많다. 이런 문제로 도요타와 SK가 소송까지 벌였고,벤츠와 유진모터스가 지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임포터와 딜러 모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공통된 목표를 갖고는 있으나 입장이 너무 달라 어느 한쪽만을 편들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사안에 따라 옳고 그른 쪽이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임포터가 갑의 지위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외산차가 국내에 들어와 팔린 지 21년이 됐다. 그런데도 아직 신차 판매만으로 돈을 벌었다는 딜러는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전시장이나 정비공장을 짓기 위해 산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 이익을 봤다는 딜러들은 많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원칙을 적용한다면 딜러들은 수익을 내고 있으므로 을로 살아도 억울하진 않겠다. 그러나 딜러들이 차를 파는 일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장차 그 브랜드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땅값이 오르는 마당에 까다로운 손님들 비위나 맞추며 차 파는 일에 신경써야 할 이유가 없어서다.
요즘 임포터에 새로 취임한 CEO(최고경영자)들은 "딜러를 섬기겠다"고 말한다. "딜러를 고객처럼 떠받들고,그들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다소 가식적으로 들리지만 임포터의 CEO로서 정확히 현실을 파악한 발언임엔 분명하다. 임포터의 제1고객인 딜러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제2고객인 소비자의 만족도 역시 떨어질 게 자명해서다. 딜러가 부동산이 아니라 차를 사는 고객에게 열과 성을 쏟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임포터의 임무이기도 하다.
임포터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 중에선 "딜러를 섬기겠다"는 발언에 대해 "누구나 처음엔 그래"라고 비웃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나도 처음엔 그런 생각이었지만 딜러를 좀 접하고 나면 달라진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임포터와 딜러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비웃음을 들어야 할 쪽은 '갑'의 지위에 맛들여 누가 고객이고,그 고객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잊어버린 사람들일 것이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