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단기 채권형 상품이 뜨고 있다.

증시 조정이 길어지자 펀드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을 선호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정기예금은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외환은행과 농협의 콜론형 특정금전신탁(MMTㆍMoney market trust) 잔액은 지난달 말 17조3085억원에서 지난 20일 현재 18조49억원으로 증가했다. 불과 20여일 만에 7000억원이나 늘어난 것.

MMT는 은행이 고객의 돈을 금융회사의 발행어음(CP)과 같은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최저 가입금액이 1000만원 정도다. 수익률이 연 5.35~5.45%로 연 5.2% 안팎인 MMF보다 높다.

환매조건부채권(RP)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 6.0~6.5%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5000억원 한도의 '황금 RP'를 일주일 만에 모두 소진한 데 이어 추가로 5000억원어치를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AAA등급의 은행채를 일정 기간 후 은행이 되사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파는 것으로 가입금액은 500만원 이상이다. 만기는 180일 이상으로 만기가 같은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0.2%포인트 이상 높다. 만기 이전에 중도 환매해도 연 4%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카드 및 캐피털 채권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은행들은 등급이 높은 카드채와 캐피털채만 취급하고 ABCP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후 매입해주는 약정을 하는 등 각종 안전 장치를 마련해 부자 고객들의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현재 3개월 만기 카드채 금리는 연 6.4~6.5%로 정기예금에 비해 수익률이 0.5%포인트 이상 높다. 3개월 만기 ABCP 금리도 연 6.2~6.5%로 정기예금보다 많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최저 가입금액이 평균 3억원 이상인 게 은행에서 취급하는 카드채와 ABCP의 단점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서 판매된다.

하나은행은 최근 두 달 동안 PB고객들에게 카드채와 ABCP를 각각 2000억원어치나 팔았다. 공의철 하나은행 PB사업부 과장은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고금리 단기 채권형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 11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지만 정기예금 잔액은 오히려 줄고 있다.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9일 현재 70조4900억원으로 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 8일보다 오히려 1000억원가량 줄었고 하나은행 정기예금도 지난 한 달간 7700억원이나 급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