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례적인 고유가와 고물가로 서민들의 고통이 상당한 만큼 기업들이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고통분담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당ㆍ정 협의와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법인세 인하 방안을 사실상 연기한 이유는 '고유가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계층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해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유가의 영향을 덜 받는 구조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화물연대 파업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유가가 다소 내려가 일단 서민들에게 재정 지원을 추가로 할 필요성은 줄어들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생겼다"며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 시기를 조정하면 취약계층을 구조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초 대비 환율이 급등하는 등 대기업들의 수익률은 크게 나빠지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의 고통분담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운송업계 공급과잉부터 해소할 듯
2억원 초과 사업소득분(순이익)에서 발생하는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법인세의 96.55%에 달한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최고 법인세율(25%)을 3%포인트 낮추고 낮은 법인세율(13%)을 11%로 내릴 경우 기대했던 감세효과는 향후 5년간 8조7000억원.2억원 초과 소득분에 대한 감세를 연기함으로써 약 8조4000억원(8조7000억원의 96.55%)의 재원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당정은 이 재원으로 택시와 화물차 등 공급과잉을 겪는 운송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자금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료값 급등으로 고통받는 농민들,고금리 사채를 빌려다 쓰는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재원 등으로도 사용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기대감을 갖고 있던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 연기 결정에 상당히 실망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인세 인하안이 통과돼야 했고,올해 8월 중간예납분부터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했다. 이 같은 납세 계획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기업들은 하반기 경영계획을 전면 손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뿐만 아니라 수도권 규제완화 등 기대했던 정책들의 우선 순위가 번번이 뒤로 밀리고 있어 기업들로선 어떻게 경영계획을 세워야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친기업적 정권이 들어섰는데 오히려 정책의 불확실성은 더 가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