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때 회복 조짐을 보였던 주식시장은 미국발(發) 신용위기 악재가 재부각되면서 다시 고꾸라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 역시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회복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고의 투자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강남 아줌마들은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강남 아줌마들이라고해서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연 수십%의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상당수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자금이나 3∼6개월짜리 단기 예금상품에 집어넣고 언젠가 찾아올 다음 번 '큰 장(場)'을 기다리고 있다.


◆현금 보유 비중 늘린다

강남 아줌마들은 요즘 전체 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현금비중을 늘렸다는 의미는 투자자금을 정말 현금으로 들고 있다는 게 아니라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MMF나 MMDA,CMA 등에 넣어두는 비중을 늘렸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을 3∼6개월짜리 단기 금융상품에 넣어두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아줌마들도 많이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 팀장은 "만기가 돌아온 예금상품을 펀드라든가 부동산 등에 새로 투자하는 고객은 최근 1∼2개월 새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며 "대신 '정기예금+알파'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3∼6개월짜리 특정금전신탁에 돈을 집어 넣어 두고 시장을 관망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재테크 시장 냉각현상이 6개월 이내의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아예 예금기간을 늘려잡는 투자자들도 나오고 있다.

이상수 신한은행 압구정로데오지점장은 "수억원대의 자금을 MMF 등에 넣어두고 있던 고객 가운데 몇몇이 최근 이 자금을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돌렸다"며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을 기다리다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투자는 없다

최철민 미래에셋증권 서초로지점장은 "최근 몇 개월 사이에는 강남 아줌마들의 신규 투자가 거의 없었다"며 얼어붙은 재테크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 지점장은 "2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주가연계증권(ELS)이 그나마 틈새상품으로 인기를 모았지만,요즘은 주식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ELS투자마저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아파트에 대한 신규 투자 수요는 거의 없다"며 "그나마 부자들의 전통적인 선호 상품인 3∼5층짜리 중소형 빌딩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빌딩의 경우 여의도 파크원이나 국제금융센터(SIFC) 등이 속속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 2010년까지는 지속적으로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여전히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냥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한 템포 죽여가고는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강남 아줌마들이 마냥 손놓고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안테나를 바짝 세워 놓고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의 변화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강남권 소재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 뱅킹(PB) 팀장은 "고객 가운데 최근에 2∼3개월 동안 주말을 이용해 수도권 남부권역의 토지시장을 샅샅이 훑고 다닌 고객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미리 땅 시장을 살펴본 것"이라고 전했다. 이 PB팀장은 "MB정부의 주택규제 완화정책이 9월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재건축 시장에 관심을 두는 고객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1500선 밑으로 내려갈 경우 신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종목 분석에 열심인 아줌마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강우신 기업은행 팀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지만,주식시장이 연말까지는 회복될 것으로 보고 종합주가지수가 1500 밑으로 내려가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고객이 꽤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