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이 먼저냐… 버저가 먼저냐…
노르웨이에 1점차 석연찮은 패배…한국 "명백한 오심" 제소


여자 핸드볼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눈이 벌겋게 되도록 눈물을 흘리면서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경기 감독관과 심판 감독,주심 2명이 모두 자리를 떴는데도 임영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코트에 남아 항의를 표했다.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과 조일현 대한핸드볼협회장,김종하 전 체육회장 등은 귀빈석에서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21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 마지막 순간에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후반 중반 4점 차까지 뒤지던 한국은 점수 차를 좁히며 경기 종료 6초를 남기고 27-28에서 문필희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노르웨이의 공격이 문제였다. 하프라인에서 시작한 공격은 왼쪽을 파고 들어가던 노르웨이 센터백 그로 하메르셍에게 연결됐고 종료 버저와 함께 하메르셍의 슈팅이 골네트를 갈랐다.

처음 항의를 할 때만 해도 '노골'을 선언했던 경기 감독관들은 주심 2명과 상의한 후 다시 골을 인정했다. 한국은 환호했다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벤치에 앉아 있다 30분이 지나서야 경기장을 떠났고,최고참 오성옥(히포방크)은 눈물을 흘리며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임 감독은 "노골이다. 하프라인부터 시작한 노르웨이의 마지막 공격도 파울이었고 골을 넣은 선수도 오버스텝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전을 15-14로 마쳤으나 후반 박정희의 측면 슈팅과 홍정호의 7m 던지기가 상대 골키퍼에 연달아 막히고 수비 조직력이 계속 흔들리며 연달아 속공을 허용했다. 후반 15분에는 19-23,4점 차까지 밀려났다. 홍정호와 박정희가 연달아 슈팅을 골문에 꽂으며 22-24,2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결정적인 슈팅은 상대 골키퍼에 막히고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경기 종료를 5분 남기고 한국은 23-27,다시 4점 차로 뒤졌다.

태극 여전사들은 경기 종료 25초를 남기고 안정화의 돌파와 허순영의 터닝 슈팅이 이어져 27-28, 1점 차까지 따라붙었고 문필희가 6초 전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가는 듯했다. 하지만 종료 직전 노르웨이 센터백 하메르셍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임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우리 핸드볼 태극 여전사 14명을 선택하겠다. 눈물이 날 정도로 열심히 뛰었고 포기는 없었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한국은 23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동메달을 놓고 경기를 갖는다.

한편 한국선수단은 판정에 불복,경기 직후 국제핸드볼연맹(IHF)에 정식으로 소청을 제기했다. IHF는 소청을 심의해 22일 오후 3시까지 결과를 통보하게 된다. 소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은 노르웨이와 28-28 상황에서 연장전을 치르게 되지만 비디오 판독을 인정하지 않는 IHF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