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를 목표로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정부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싸늘한 반응을 얻으며 투자심리를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대내외 악재로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증시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나 포털 규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등이 발표된 이후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관련 주가가 폭락하거나 반짝 특수로 그치는 사례가 거듭되고 있다.

건설 관련주의 경우 정부의 '8.2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내림세가 계속되면서 전체 국내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 21일 건설업종지수는 무려 6% 이상 떨어진데 이어 22일에도 2% 넘게 하락하고 있다.

건설업종지수는 전날보다 2.36% 내린 232.12를 기록하며 이틀째 폭락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런 실망감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종목별로는 동부건설동양건설, 삼부토건, 성원건설 등이 4-5%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고, GS건설, 경남기업, 고려개발 등도 3%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윤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8월초부터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건설주가 상승했다면 기대에 못미치는 정책 발표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을 풀기로 했지만, 소급적용은 하지 않기로 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출 규제도 그대로 둬 주택 수요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포털 규제가 가시화되면서 대형 포털주들 역시 맥을 못추고 무너지고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 포털을 언론중재법과 신문법 개정을 통해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연일 신저가를 새로쓰고 있는 NHN은 22일 14만원대마저 붕괴됐다.

다음 주가 역시 3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보이며 5만9000원까지 밀린 상황이고,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컴즈도 닷새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도 선언적 의미 외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오지 않자 반짝 효과에 그치고 있다.

대체에너지 관련주로 수혜가 예상됐던 동양제철화학, 소디프신소재, KCC 등은 지난 18일 하루만 급등했을 뿐, 다음날인 19일부터 사흘째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린카 프로젝트 관련주인 현대차LG화학, 삼성SDI 등도 오히려 낙폭을 더 키워가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등락폭과 연동돼 변동성을 키워온 하이브리드카 관련주만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랜드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카지노와 경마 등 사행산업에 대한 매출총량제와 실명카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52주 신저가 1만9400원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이나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게 사실인데 실제 발표되는 정책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역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대내외 경제여건이 안좋은 상황에서 설익은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어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